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아프리카 서부의 소국인 상투메 프린시페가 20일(현지시각) 대만과 일방적으로 단교를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이 흔들리자 중국이 대만에 외교적 공세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상투메 프린시페 정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대만과의 단교를 결정했다고 선언하면서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다는 원칙 아래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중국 신화망 등이 21일 보도했다.
대만 총통부는 이날 긴급 성명에서 상투페 프린시페와의 단교 사실을 확인하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총통부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상투페 프린시페의 재정적 어려움을 틈타 '하나의 중국'원칙을 내세워서 대만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 뿐 아니라 양안의 안정을 깨뜨렸다"고 비판했다.
리다웨이(李大維) 대만 외교부장(장관)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상투메 프린시페의 단교 결정에 "현명하지 못하다"면서, 상호조치로 대만도 단교 조치를 단행해 상투메 프린시페의 공관을 폐쇄하고 공관원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허우칭산(侯淸山) 대만 외교부 차장(차관)은 "상투메 프린시페가 이달 초까지만 해도 협력을 이어가자더니 우리는 '의도적으로 기만당했다'고 불쾌한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국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올바른 궤도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상투페 프린시페의 단교 선언은 겉으로는 경제지원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투페 프린시페 당국은 최근 대만에 2억 달러 규모의 경제지원을 요청했고, 대만이 이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하자 단교 발표가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 총통과의 전화통화가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이후 중국 정부가 보복성 차원에서 상투메 프린시페의 단교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상투페 프린시페 지난 1975년 7월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으나 1997년 5월 대만과 수교하면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단절됐다. 상투페 프린시페는 앞서 감비아가 2013년 11월 대만과 단교하고 올 3월 중국과 외교 관계를 회복한 것처럼 조만간 중국과 외교관계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투메 프린시페는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나라로 면적은 1001㎢, 인구수는 19만3000여명이다.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으나 1975년 7월 12일 민주공화국으로 독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