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

2016-1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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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강승훈 기자

[사회부 강승훈 차장]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

세계적 금융기관이 대거 몰린 뉴욕의 맨해튼. 미국의 금융 중심가이자 세계 자본주의 경제 상징이다. 2011년 9월 이곳 월가에서 금융기관의 부도덕성에 반발하며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08년 발생한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 뒤 혈세로 모은 구제금융을 월가에 투입했다. 기사회생한 회사들은 돈 잔치를 벌인 반면 국민들의 삶은 점차 피폐해졌다. 상대적 박탈감에 기반한 최악의 빈부격차는 결국 집단시위란 형태로 나타났고, 73일간 이어지며 소득 양극화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했다.

한국은 어떤가. 요약하면 보신주의(保身主義)가 팽배했다는 것이 요즘의 평이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의미다. 이런 보신주의 기반에는 계층의 차이가 존재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 재산을 기준으로 상류층과 하류층이 존재한다. 이들 사이에는 경제적 차이 이외에도 인간성, 도덕성, 애국심 등도 커다란 간극을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빈익빈 부익부로 대변되는 우리사회의 갈등은 '월가시위'와 많은 점에서 닮았다. 확연히 다른 점이라면 '부의 세습'과 '정치적 연계'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우선적으로 당장 부모가 가진 돈이 적거나, 향후 물려받을 자산이 없다면 원천적 박탈감이나 평생 원망을 안고 산다. 경제적 가치를 지닌 유형·무형의 재산들은 소득 불균형뿐만 아니라 소비행위, 주거유형 등 일상 전반에서 여러 형태로 표출된다.

특히 배움의 기회마저 반강제적으로 박탈 당한다. 실제 교육과 임금수준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보니 저소득층이 중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희박해 한번 하층의 경우 평생 그 위치를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간한 '한국사회 계층갈등과 해소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소득 1분위 계층과 10분위 계층을 비교할 때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30위권 대학에서는 약 10배 이상 차이를, 9위권 대학 및 의대의 사례에선 17배 가량 그 수준이 벌어졌다.

다음으로 정치적 연계는 정·경 유착으로 대표된다. 경제계와 정치권이 부정을 고리로 연결돼 있는 것인데, 정치인이 최상위 갑의 위치에 있다. 어찌됐건 부정부패를 불러오는 구조다. 지금 한국의 사회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최순실 게이트' 등의 후유증이 바로 그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야기시킨 국정농단 주범인 최씨의 범죄행위는 갈수록 충격적인 내용을 쏟아낸다.

앞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자신의 SNS 게시물에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란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는 정씨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을 한 그해 12월이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경제적 양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빈부와 격차계층의 갈등이 이미 정치적 범주까지 노골화된 양상으로 드러난다. 대한민국은 2018년이면 건국 및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심각한 갈등으로 국민통합이 간절한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내부 구성원간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금보다 미래적 삶에 희망을 잃은 이들이 격증한다면 이제 불투명한 앞날의 전개가 불보듯 뻔하다. 사회전반의 봉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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