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비주류가 마지막으로 요구했던 유승민 비대위원장 제안이 거부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21일 모임을 갖고 탈당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에 적극적으로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온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사실상 분당 수순에 돌입한 셈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지난 16일 친박계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된 이후 비대위원장은 비박계 추천 인사로 채우면서 갈등을 수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박계에서 추천한 유 전 원내대표를 친박계가 결사 반대하고 나서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친박계 의원 일부가 분당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비박계를 향해 탈당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도 유 전 원내대표에게 향후 당 개혁에 관한 정견발표를 요구하며, 2~3일 이내 비대위원장에 유 전 원내대표가 적합한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선 총 16명 정도의 의원들이 발언을 했다”며 “비주류 측에서 유 전 원내대표를 단일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이해했고 2~3일 이내 가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 전 대표는 본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을 뽑는 과정이 경선을 하는 것도 아닌데 제게 정견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일”이라며 “그 말에 응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분당에 대해선 “오늘부터 시작해서 비주류 의원들과 같이 대화를 하면서 결론을 낼 것”이라면서 “이제는 정 원내대표 쪽에서 결론을 내려야할 차례니 2~3일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대다수 비박계가 불참한 이날 의총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데 반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의원들은 대체로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유 전 대표의 비대위원장직 선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비박계 의원들은 당초 지도부에서 비주류에서 추천한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유 전 원내대표가 (의총에)참석해 비대위원장에 대해 의견제시를 했어야 했다”면서 “내부 분위기는 찬성하는 사람들 보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도 “비주류에서 당을 화합하고 혁신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면 의원이나 당원이 왜 거부하겠느냐”면서 “그런 관점에서 의원들이 그분(유 전 원내대표)이 당을 화합 쪽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 중도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주영 의원은 “간단하게 얘기하면 비주류에게 (비대위원장)추천 몫을 주고 그대로 받겠다는 약속을 한 이상, 유 전 대표를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면서 “외부인사 이야기도 있었지만 아직 확대해서 논의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