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2년 전 공동수급인 A개발 이외 1개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해 모 증축공사를 시행 중이다. 공사를 맡은 A건설 등은 작년 4월 하수급인 B사와 이 가운데 토공 및 구조물에 대한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B사는 해당 분야 중에서 슬라브 시공을 위한 데크플레이트(철근 시공 등) 설치업무를 일반사업자인 C사에 무단으로 재하청시켰다. 서울시는 올해 7월 하도급감사를 벌여 B사의 '건설산업기본법' 규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관할 시·군·구에 행정처분과 경찰 고발로 벌금 등을 부과토록 했다.
서울시가 건설현장에서 각종 하도급 부조리 뿌리뽑기에 두 팔을 걷었다. 소위 을(乙)의 위치에서 대금이나 장기 임금체불, 불공정계약 등을 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키 위한 차원이다. 직접 직원들이 점검에 나서 경미한 사안은 곧장 시정시키고, 중대·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과태료부과, 고발(공정거래위원회·고용노동부) 등 엄중 조치를 취한다.
전국 최초로 2011년 문을 연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는 을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등공신이다. 시 본청‧본부‧사업소, 자치구, 시 투자‧출연기관이 발주한 곳에서 불법‧불공정 하도급 행위, 각종 대금‧임금체불을 신고받아 처리해준다. 2011~2016년(9월말 기준) 지난 6년간 총 1600건에 대한 신고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244억여 원의 체불금을 주인에게 돌려줬다.
예컨대 올해 5월 I빌딩에서 주문한 '회현동 리모델링 인테리어 공사' 수급인 S건설이 하도급사에게 추가 작업를 시킨 뒤 터무니 없는 비용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2억5000여 만원을 체불했다. 이때 센터가 전면에서 협의·중재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2015년 7월부터는 신고 대상을 서울시내 모든 민간발주로 확대시켰다.
센터 개설 초기 연간 300건 이상을 웃돌던 신고건수는 2013년도 이후 급격히 줄며 200건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작년에 역대 최저치인 225건으로 집계된데 이어 올해 이 기록을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보여진다. 단계별(접수~내용 파악~협의‧조정~해결~결과) 민원처리 요령을 처음으로 매뉴얼화해 전 센터에서 동일하게 적용 중이다.
◇ 전문지식으로 파수꾼 노릇 '톡톡'
변호사 2명을 전문직(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 하도급호민관의 활약상은 두드러진다. 2015년 한해 6회에 걸쳐 98개 현장을 둘러보고 계약시 부당 특약 설정, 대금 지연 지급 등 분야별로 40여 건을 시정조치했다. 이들 2명의 인력만으로는 철저한 감시가 어려운 사각지대는 변호사, 공인노무사, 기술사(토목·건축) 등으로 구성된 명예 하도급호민관이 메워주고 있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감사의 전문성이 한층 향상됐다는 평이다.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시간적·금전적 여력이 없어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할 땐 '찾아가는 하도급 법률상담'에 나선다. 과거 수동적 기능으로부터 벗어나 시민에게 한발 다가가는 민원행정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의 상담 중 서울시에서 발주한 관급공사의 부조리가 드러나면 직권감사를 통한 권리구제를 실시한다. 필요 시에는 상담신청자가 명예 하도급호민관의 측면 지원을 받는다. 개인이나 단체 모두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업계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는 추가대금 지급 없는 장시간 작업강요, 법령미비로 인한 토사운반 중개업자의 중간 착취 등 고질적 현안에도 개선책 마련에 힘쓴다.
◇ 공정 하도급문화 정착 원년으로
내년에는 불법·불공정 하도급 근절 및 안전·품질 확보 차원에서 능동적인 감사 대상을 선정하고, 안전분야를 집중 추적한다. 원도급, 하도급, 자재·장비대금이 각 관계자에게 바로 지급돼 체불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대금e바로' 시스템의 대상 사업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리고(2015년도 75.7%, 전년도 대비 9.3%p 증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과 추석 대비 특별점검반을 가동한다.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는 만족도 향상을 위해 민원인에 상황별로 적용할 수 있는 법령 등 매뉴얼을 제공하는 등 한층 체계화시킨다. 명예 하도급호민관의 경우 16~20명으로 인력풀을 보강하는 한편 시민의 시각에서 기획감사를 추진한다. 이외 민간분야의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중대 위반사항에는 행정처분 등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백일헌 서울시 안전감사담당관은 "하도급 부조리로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보호받지 못했다면 언제라도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꾸려진 호민관에 연락하길 바란다"며 "이제 6년차를 접어든 신고센터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시민들의 생활안정에 더욱 도움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생원인 분석, 재발 방지 등 제도의 개선으로 공정 하도급문화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