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이정주 기자 =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충청 출신의 중진 정우택(4선, 충북 청주 상당) 의원이 선출됐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이현재(재선, 경기 하남) 의원이 당선됐다. 이들은 '중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로 분류됐던 인사들이다.
새누리당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합동 토론회 등 경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정 의원과 이 의원이 비박(비박근혜)계 후보인 나경원-김세연 후보를 제치고 새 원내지도부로 선출됐다.
이로써 '탄핵 정국'에서 위기를 맞았던 친박계는 지지기반을 재정비하고 당을 다시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손에 쥐었다. 원내지도부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까지 주도하며 친박계 지지세력의 재 결집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가 된 정 의원은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 제가 이 결심을 잘한 건지 앞이 막막한 심정"이라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 용서를 구하고 화합과 혁신으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다시 박수를 보내주시고 보수 정권 재창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정당으로서의 이미지인 민생 경제와 안보를 챙겨나가고 정국을 빨리 수습하고 안정화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개헌정국을 이끌어서 진보좌파가 집권하는 것을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그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생각난다"면서 "사즉생의 마음으로 새누리당을 살려보자"고 호소했다. 막판에 그는 눈물을 보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이 의원은 "성난 촛불민심을 항상 깊이 새기고 129명의 의원님 한 분 한 분을 머슴처럼 모시면서 약속드린 내용들을 성실히 실천해 보수정권을 재창출할수 잇는 당이 되도록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만 인적 쇄신을 내세우며 선거에 나섰던 비주류가 패하면서,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후보로 나섰던 나 의원은 '당을 깨고 싶지 않아 선거에 나왔다'고 밝혔지만, 친박계 지도부가 다시 들어서는 상황에서 당내 투쟁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친박계가 탄핵 표결 참여를 주도한 비주류를 향해 '해당(害黨) 행위'라는 비난을 쏟아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징계 조치 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보수 신당을 고민중이라는 김무성 전 대표의 거취가 주목된다. 당내 투쟁을 주장하던 유승민 의원은 이날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지는 좀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제 새누리당은 현 지도부가 시퇴시점으로 꼽은 21일 전까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수립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원내지도부를 놓친 비주류가 비대위 구성에서 목소리를 내며 '막판 스퍼트'를 펼칠지, 아니면 분당을 택할 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