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 중국은 탄핵안 가결이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배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텅쉰(騰迅·텐센트)과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 왕이망(網易網) 등 중국 인터넷매체들은 13일 '차기 한국 대통령은 누가 될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대권주자들을 소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 당 전 상임대표 등의 커리어를 소개하는 기사였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이들의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이었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는 사드배치가 한국의 외교와 안보에 위기를 가져온다며 반대하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웠으며,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사드배치 유예를 주장한 바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기대선으로 인해 사드배치가 유예 혹은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기대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한국내 여론이 양분된 점을 고려해 한국에 새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사드와 관련해 다른 접근을 취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왕성(王生) 지린대 교수도 "중국은 경제적 보복 등 한국에 대한 조치를 자제한채 한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상당히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누가 차기 한국 대통령이 되든 사드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吉林)대 쑨싱제(孫興傑) 한반도 문제 전문 교수는 "박 대통령의 직무 정지 기간 한·중 관계에서 어떠한 개선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박 대통령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간 큰 파워게임에 갇혔기 때문"이라며 "(피해를)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박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표결에 대해 한국의 정국 상황을 계속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만,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루캉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집권기에 이뤄진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의 전략과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뉴스포털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은 지난 10일 한국의 '비선실세'사건이 정계에는 불안정을, 경제에는 손실을 끼쳤다면서 여기에 사드 때문에 중국에 불어닥친 '한류'(寒流· 찬바람)로 인해 한국을 찾는 유커(관광객)가 줄고 한국 상품을 사는 사람도 급격히 감소했다며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논평을 개제했다.
신랑망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혜롭다면 사드를 마땅히 '탄핵' 해야 하며 한중간의 무역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신랑망은 사드는 한국의 안전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없고 오히려 중·러 양국의 안전이익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의 사드 배치가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정서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국회의 탄핵결정이 사드배치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문은 이날 '사드의 빚을 탄핵으로 갚게 됐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9.3 열병식'에서 톈안먼(天安門) 성루에올라가 자주외교의 성과를 높였던 박 대통령이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외정책을 180도 전환했다면서 히스테릭하게 중국에 분풀이를 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인민해방군 공식 홈페이지인 중국군망은 사드배치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정부는 남북관계 완화와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이 거품이 될 수 있음을 명백히 알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군망은 또 한국을 보호하는 것은 사드와 미군이 아니라 동북아지역 선린우호 관계와 외교정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