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탄핵’ 개헌, 새판 짜기 가속화…요동치는 대권구도

2016-12-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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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속내는 판 흔들기 통한 권력 선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이튿날인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포스트 87년 체제’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권 비주류가 개헌을 고리로 제3 지대 새판 짜기에 나선 데다, 야권이 제7공화국 헌법 개정을 놓고 ‘반문(반문재인)’ 합종연횡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개헌 정국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모양새다.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도 이원집정부제(분권형 개헌)를 지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를 제외한 제 정파가 개헌론 불씨를 댕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포스트 탄핵 로드맵’의 핵심인 개헌을 둘러싼 ‘개헌파’와 ‘호헌파’의 치열한 수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오는 29일 국회에서 개헌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출범키로 했다.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 구성은 87년 체제 이후 30여년 만이다.

◆개헌파 vs 호헌파 국면…합종연횡 불가피

문제는 현실 가능성이다. 13일 여야와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 정치사에서 개헌은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종속 변수’에 그쳤다. 해방 이후 제정 헌법부터 제9차 헌법 개정까지 권력 획득용 개헌이 아닌 경우는 4·19 혁명 직후인 제3차(1960년 6월15일)와 제4차(같은 해 11월29일) 헌법 개정 등 두 번에 그쳤다.

87년 체제 이후에도 개헌의 ‘수단적 변수화’는 여전했다. 1992년 대선에선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이,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DJ) 대통령이 각각 대표적인 내각제론자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손잡고 정권을 획득했지만, 당선 후 개헌 약속은 파기됐다.

헌법 개정이 87년 이전에는 ‘장기집권을 위한 획책’, 87년 이후에는 ‘정권교체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셈이다. 인류의 문명사를 담은 헌법이 정치적 변곡점마다 누더기로 전락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권력의 집중화, 즉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개편을 통한 분산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지금 시점에 개헌이 현실 가능한지에 대해선 정치권이 치열하게 논쟁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탄핵 로드맵의 핵심인 개헌 정국이 20대 국회를 강타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金 “대선 전 개헌”…安도 입장 선회

현 정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계파별로는 친문계를 제외한 친박·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계가 제7공화국 헌법 개정에 찬성한다. 크게는 개헌파와 호헌파로 갈리는 셈이다.

차기 대선주자별로 들어가면 고차방정식으로 격상된다. 대표적인 호헌파는 4년 중임제론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개헌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시기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이날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1차 포럼’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개헌에 대해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개헌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개헌파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전 대표를 겨냥, “촛불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된다”며 분권형 개헌을 촉구했다. 문 전 대표와 함께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정책연구원 토론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결론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전략적 연대설에 휩싸인 대표적 개헌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싱크탱크 발족식 행사에도 참석했다. 다크호스 이재명 성남시장이 불을 지핀 반문 연대가 개헌과 맞물릴 경우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판이 전면적으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여권에선 탈당이 임박한 김무성 전 대표가 이날 ‘선(先) 개헌’-‘후(後)-대선’을 주장하며 개헌 이슈화 선점에 나섰다. 김 대표와 함께 분권형 개헌론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내달 신당 창당을 시사, 향후 여권발 정계개편의 연결고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개헌과 관련해 “차기 집권 뒤 권력구조 개편을 놓고 이합집산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9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시국토크'를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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