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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운수 좋은 날'로 유명한 소설가 현진건은 1921년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를 발표했다. 일제 강점기라는 침울한 상황 속에서 지식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이 고스란히 녹아든 소설이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은 여전히 '술 권하는 사회'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준 이번 사건은 '홧술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울분을 달래기 위해 술 한 잔 기울이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주류 판매가 하락세를 보이고 저도주의 판매량 역시 줄어든 반면 양주와 소주 등 독주의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점에서 씁쓸함을 더한다.
정치가 스스로 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면 회사는 상사가 술 권하는 사회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술을 한 잔 이상 마신 사람은 65.4%로 2년 전(64.6%)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 횟수는 '월 2~3회'가 29.7%로 가장 많았고, '거의 매일' 마시는 경우도 4.9%를 차지했다.
술을 끊지 못하는 이유로는 '사회생활에 필요해서(53.1%)'라고 답한 이가 가장 많았다. 신입사원 비중이 높은 20대 역시 '사회생활에 필요해서'(58.2%) 절주나 금주가 어렵다고 답한 것만 보더라도 '음주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맞이한다는 취지의 송년회 역시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쯤 우리가 시름에 찬 술잔을 기울이지 않는 날이 올까. 기쁨과 즐거움의 술 권하는 사회, 가볍고 편안하게 술을 즐길 수 있는 사회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