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술 권하는 사회

2016-12-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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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운수 좋은 날'로 유명한 소설가 현진건은 1921년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를 발표했다. 일제 강점기라는 침울한 상황 속에서 지식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이 고스란히 녹아든 소설이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은 여전히 '술 권하는 사회'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답답한 마음과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촛불을 들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달려왔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후에도 국정 정상화를 위한 수많은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준 이번 사건은 '홧술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울분을 달래기 위해 술 한 잔 기울이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주류 판매가 하락세를 보이고 저도주의 판매량 역시 줄어든 반면 양주와 소주 등 독주의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점에서 씁쓸함을 더한다.

정치가 스스로 술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면 회사는 상사가 술 권하는 사회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술을 한 잔 이상 마신 사람은 65.4%로 2년 전(64.6%)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 횟수는 '월 2~3회'가 29.7%로 가장 많았고, '거의 매일' 마시는 경우도 4.9%를 차지했다.

술을 끊지 못하는 이유로는 '사회생활에 필요해서(53.1%)'라고 답한 이가 가장 많았다. 신입사원 비중이 높은 20대 역시 '사회생활에 필요해서'(58.2%) 절주나 금주가 어렵다고 답한 것만 보더라도 '음주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맞이한다는 취지의 송년회 역시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쯤 우리가 시름에 찬 술잔을 기울이지 않는 날이 올까. 기쁨과 즐거움의 술 권하는 사회, 가볍고 편안하게 술을 즐길 수 있는 사회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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