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빌미로 들고 나온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명)의 실체가 방송제작 현장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 최근까지 중국 TV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중국 TV프로그램에 출연한 한국 연예인들에게 한국어 대신 중국어를 사용하도록 부탁하는 등 한한령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한한령이라고 말하는 근거에 대해 "중국 제작진들이 직접 사드 배치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선 인터넷을 통해 한한령이 강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공식확인은 없는 상태다. 지난달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한한령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외교부 대변인은 "한한령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며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현지 언론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한 콘텐츠의 방송이 전면 금지된다고 전하면서 이미 심의를 통과한 작품이나 방송 포맷을 정식 루트로 구입한 경우는 예외라는 등 한한령의 구체적인 영역과 내용까지 보도되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확인을 떠나 제작 현장에선 실제로 한한령에 따른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며 "내가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의 경우 방영 직전에 한국 연예인이 출연된 부분이 모두 편집당해 설명을 요구하자 사드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한령에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중국 방송업계도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중국 방송업계에선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한국 제작진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프로그램 제작에서 한국 방송 인력이 빠져나갈 경우 시청률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한국 인력을 최소한으로 초빙해 전면에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그림자처럼 총괄해주길 부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