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야구선수를 꿈꾸던 소년, 배우가 되다…신인 연기자 이수빈

2016-12-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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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수빈 [사진=뉴데이픽쳐스 제공]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굉장히 생소했다. 처음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포털사이트에 이름 세 글자를 쳐봐도 없었던 배우다.

“연기 시작한지 이제 1년 반 된 신인 배우입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연기자 이수빈(29·본명 이승우)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이제 막 연기에서 걸음마를 시작한 배우다. 외모에서 풍겨지는 분위기는 다소 냉철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는 한없이 착한 웃음을 방긋 터트린다.

이번 인터뷰가 난생 처음으로 하는 거라며 상기되면서도 설렌 표정을 감추지 않았던 이수빈. 그가 궁금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었어요.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야구실력으로는 유명한 덕수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야구선수로 활약했죠. 저와 함께 야구했던 동기가 현재 두산 베어스에 있는 민병헌, 롯데 자이언츠 김문호 등이 있습니다.”

일단 이수빈은 야구선수 출신이었다. 그제야 운동하던 사람이라 키가 크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왜 야구선수에서 배우가 됐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꺼내놨다.

“고2때 동계 훈련을 3일 정도 남겨두고 눈을 다치게 됐어요. 배팅연습을 하는데 제 동기가 친 공이 철망을 맞고 하필 제 눈에 맞았죠. 당시 학교 시설이 노후가 돼서 그로 인해 다치게 된거였죠. 처음엔 멍만 잦아들면 되겠다 싶어서 계속 훈련했는데 결국 상태가 악화돼서 병원에 실려가게 됐어요. 그때 의사선생님께서 수술을 하지 않으면 5~6년 후에는 눈 위에 있는 뼈가 내려앉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한테는 대회가 중요하다보니, 이번 수술을 하게 되면 야구 인생이 끝날까봐 너무 두려웠죠. 그래서 끝까지 안하고 버텼어요. 그런데 당시 사촌 형 역시 야구선수였는데 형이 야구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야구를 시작했었거든요? 제가 병원에 있을 때 형이 찾아왔는데 부모님께 우는 모습 보이기 싫어 부모님을 병실에서 나가시라고 하고 형 껴안고 엄청 울었어요. 수술 하게 되면 당시 동계 훈련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선수한테는 큰 타격이거든요. 그래서 수술을 안하겠다고 고집 부리는 저를 사촌형이 수술을 하자고 했고, 수술을 잘 끝내고 나면 본인이 가르쳐 주겠다고 설득했죠. 그래서 수술을 해서 눈에 인공뼈를 넣었습니다. 그렇게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회복하는데, 병원에서는 회복하는 한달 동안은 뛰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동계 훈련 열흘 지나고 합류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배팅, 수비 연습을 하지만 저는 야구장을 걷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연습을 할 수 있는 정도로 회복했는데 이젠 왼쪽 시력이 마이너스가 돼 있더라고요. 안경을 써도 안됐고요. 제가 당시 외야수였는데 야간에 연습할 때면 공이 안 보이더라고요. 투수가 던진 공이 직구는 어느 정도 보이지만 변화구가 들어오면 아예 보이지 않았어요. 그렇게 점점 친구들은 연습을 나가고 성장하는데 저는 벤치에 앉아서 응원하는 게 전부였죠. 그때 ‘나는 뭘 해야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다치기 전에는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서 오라고도 했었는데 다치고 나니 그런 것도 없어지고.. 그러다가 야구를 안하게 됐죠. 아버지는 그래도 아쉬우셨는지 인생 사는 것 대학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고, 제가 운동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가서 야구가 아닌 골프를 해보라고 권하셨죠. 그래서 3개월 동안 하루에 1000개씩 공을 쳐서 골프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자격증도 따고 나름대로 적응했지만 저의 꿈이 아니었기 때문에 행복하진 않았죠. 그렇게 스무살, 스물 한 살이 지나고 스물 네 살 쯤에 연기를 해보라고 하시면서 아버지께서 추천해주셨죠. 그때부터 조금씩 연기에 대한 꿈을 꿨던 것 같습니다.”
 

신예 이수빈 [사진=뉴데이픽쳐스 제공]


야구를 좋아하던 소년은 몇 년뒤 자신이 드넓은 그라운드를 누빌 생각에 밤낮을 쉬지않고 배트를 휘둘렀을 것이다. 그러다 정말 불행하게도 자신에게 배트를 다시 들 수 없을지 모르는 시련이 다가왔고, 그렇게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오랜 꿈이었던 배트를 내려놨다. 그렇게 방황하단 시간을 돌고 돌아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친구들과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는데 너무 연기자라는 직업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사람은 태어나면 한 사람으로만 살아야하는데 배우는 여러 삶을 살 수 있잖아요. 보통 남자가 울면 지질하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울지 못하는데 연기하면서는 마음껏 울 수 있는 것도 있고요. 야구를 하다가 다치고 나서 거의 8~9년동안 꿈이 없었다가, 골프 티칭프로를 했는데 그런 것도 어느 순간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새로 꾼 꿈이 바로 연기였어요.”

분명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원망스러울법도 했을터. 그러나 이수빈은 원망하지 않았다. 야구할 때는 부상을 달고 살았던 그였지만, 야구를 그만 둔 뒤부터는 감기말고는 아파본적이 없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게 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듯했다.

“야구 그만 두고 10년 동안 야구장을 세 번 정도 간게 다였어요. 아버지 아들로 30년을 살았지만, 저희 아버지는 여유가 있거나 없거나 늘 똑같이 다 해주셨어요. 야구 할 때 돈 정말 많이 드는데 부족함이 없었죠. 전 그래서 인생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이 아버지세요.(웃음)”

그렇게 애정을 가졌던 야구를 내려놓고 이제 연기를 시작한 이수빈에게 “야구와 연기 중 뭐가 더 힘드세요”라는 우문을 던졌다. 대답은 당연히 “두 가지 다 힘든 것 같아요”였다.

“야구는 몸이 힘들지만 연기는 정신적으로 힘들거든요. 제가 느껴보지 못했던 것을 표현해야하니까요. 역할마다 틀리긴 하지만 제가 겪어보지 않았던 역할을 한다는 건 꽤 힘들더라고요.”

※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신예 배우 이수빈 [사진=뉴데이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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