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인공지능기술과 데이터 활용기술(ICBM)로 대변될 초연결사회가 제공할 어마어마한 편의와 혜택에 들떠있다. 언론은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기술들이 얼마나 현실화되고 있는지를 연일 보도하고, 각종 세미나와 포럼의 주제에는 '지능정보사회'가 빠지지 않는다.
들뜬 기대로 꿈같은 미래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반드시 선결돼야 할 전제가 있다. 미래 지능정보사회가 우리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를 가를 기준점, '정보보안'이다.
'지능정보사회'는 전통산업과 ICT 신기술 간의 융합과 연결에 기반 한다. 그러나 보안의 관점에서,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것은 결코 로맨틱하지 않다. 지금처럼 물리적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분절적으로 연결된 보안 고리 중 하나가 뚫리면 그 고리를 버려 다른 보안 고리에의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없앨 수 있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등 모든 것이 실시간 자동으로 연결되는 미래에는 어디 하나 골라 끊어내 버릴 고리가 없다. 사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고리기 때문이다. 인류 전체가 일종의 운명공동체가 돼 한 명, 한 기업, 한 국가의 나태와 실수의 대가를 모두가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상황은 한층 어렵다. 북한을 비롯한 내외부의 보이지 않는 적들은 우리의 허점을 노리며 사회혼란 야기와 경제적 약탈의 도구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고, 높은 ICT 인프라와 이용률은 역으로 더 많은 보안 취약점으로 작용할 위험성도 있다. 지금의 보안의식과 수준으로는 다가올 미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이제 보안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늦출 수 없다. 가장 먼저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모두의 책임성 강화가 선결돼야 한다. 개인, 기업, 정부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은 기존에 이윤, 편의 등과 비교해 등한시 했던 보안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책임감과 사명의식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정보보안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열린 '안전한 사이버공간 한마음 축제'는 기존에 분리돼 여겨지던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호를 아우르고, 보안꿈나무부터 산업전문가까지 '보안' 아래 하나 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와 함께, 전 사회적인 보안 내재화를 추진해 안전과 신뢰가 담보된 ICT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앞으로 '인터넷이 사라진다'고 한 것처럼, 보안도 사라져야 한다. 이제 보안은 별도의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공기처럼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공공 부문은 기술발전과 잠재위협의 방향과 전략 가이드를 제시하고, 기업은 이용자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제품과 서비스의 설계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고려된 아키텍쳐를 구축해 보안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 개별 사용자는 자신이 단일이 아니라 곧 허브며, 자신의 보안 수준이 곧 우리 사회의 보안 수준이 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능화되는 사이버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원천 기술과 이용자 친화적인 보안기술의 개발과 활성화가 필수다. 기술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중장기 플랜에 입각해 정부가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정보보호 인력의 양적인 확대와 더불어 질적인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우리 미래를 지켜줄 것은 결국 기술과 이를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주어진 일확천금은 나락으로 더 빨리 떨어지게 할 추에 불과하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선물을 누리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되묻고 체화(體化)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