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신기후체제(파리협정)가 출범하면서 기존 37개 선진국만 해당됐던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한국을 포함한 197개 회원국 모두에 생겼다.
이에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석탄, 석유 등 고갈되는 화석연료 의존도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친환경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꾀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기업부담으로만 인식, 선진 기후기술을 따라가는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신기술·신산업을 지원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파리협정 파기 주장 등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돌발 변수에 무방비 상태란 지적도 나온다.
▲저탄소 경제체제, 패러다임 전환
정부는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책을 에너지 다소비 경제구조에서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우선 에너지정책 분야의 경우 2020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율을 6%에서 7%로 1%포인트 확대키로 했다.
신규 발전소 건설시 석탄발전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또 수송용 신재생 연료혼합 의무비율을 내년까지 2.5%, 2018~2020년 3%로 확대키로 했다. 2025년부터 신규 건축물은 제로에너지로 짓도록 의무화된다.
또 배출권거래제를 2030년 감축목표 달성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키로 했다. 친환경 설비투자 기업에 할당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 감축실적의 조기 거래도 허용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대응 신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10대 기후기술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청정에너지 연구개발(R&D) 투자도 올해 5600억원에서 2021년 1조1200억원으로 2배 확대한다.
▲산업계 반발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후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BAU 대비 37% 감축하려면 국내에서 전환(발전), 산업, 건물 등 8개 부문에서 2억1900만t(BAU 대비 25.7%)을, 국외에서 9600만t을 감축해야 한다.
정부는 이중 산업부문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5640만t(감축률 11.7%)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저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산업계의 반발을 우려했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가 크다는 점에서 애초 감축목표를 18%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안대로 12% 이내로 유지키로 해 온실가스 감축 의지와 상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 국가에 부여된 온실가스 감축목표 안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돌발 변수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번 2030 기본 로드맵에는 국내 목표치 수립과 달성 계획만 담겨 국제사회와 어떻게 공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이 없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17개국이 태양광 등 친환경 기술 제품의 관세를 철폐하기 위한 협상(EGA·환경상품협정)을 벌였지만 불발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파리협정 파기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 EGA마저 무산되면서 기후변화 공조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