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가짜 뉴스가 현실적인 폭력 행위로 이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SNS에서 '피자게이트'로 알려진 음모론에 낚인 20대 남성이 사건을 조사하겠다며 워싱턴의 한 피자집으로 찾아가 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4일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에드거 매디슨 웰치(28)는 소총 한 자루를 들고 워싱턴의 피자가게 ‘코메트 핑퐁’에 침입했다. 이 피자가게는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아동 성매매 사업을 운영한다는 소위 ‘피자게이트’ 음모론의 배경으로 지목된 곳이었다.
경찰들이 출동했고 몇 시간 대치 끝에 남성은 양 손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남성은 경찰에 피자게이트를 자신이 직접 조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자게이트는 온라인에서 떠돌던 가짜 뉴스였기 때문에 웰치는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코메트핑퐁의 주인은 살해 협박을 받는 등 피자게이트 음모론이 SNS에서 널리 확산되면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이후 가게 단골들은 매주 금요일 이벤트를 여는 등 음모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별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문제는 웰치 사건 이후에 새로운 음모론이 다시 부상했다는 것이다. 웰치가 과거에 잠깐 동안 배우로 활동했었다는 점을 들어 SNS 상에서 일부 사람들은 이번 총기 사건이 거짓으로 꾸며진 것이라는 음모론을 새롭게 제기했다.
4일 밤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뽑은 NSC보좌관 내정자 마이클 플린의 아들 마이클 플린 주니어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피자게이트는 거짓으로 증명되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더욱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악관의 조쉬 어니스트 대변인은 “가짜 뉴스가 정치적 논의에 미치는 폐해를 부인할 수 없다”며 “가짜 뉴스가 실질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영국 켄트대학의 캐런 더글라스 심리학교수는 “현대인들은 수많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어떤 출처가 믿을만하고 어떤 출처는 믿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