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유로존의 세번째 큰 경제가 정치적 림보(limbo) 상황에 빠졌다" 이탈리아가 국민투표의 결과를 둘러싼 혼돈 속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6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중도에 사퇴하기로 하면서 이탈리아에는 당분간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정치적 공백 불가피…야당 조기총선 요구
그러나 대통령의 차기 총리 지명에 따른 과도정부 구성에 대해 제1야당인 포퓰리즘 성향의 오성운동, 북부전선 등은 반대하고 있다. 조기총선을 통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실채권 압박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은행들을 둘러싼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공백상황이 길어질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다. 신용평가사 도미니언본드레이팅서비스(DBRS) 등 자본확충의 핵심적 기관들의 눈치보기가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 이코노믹 리서치는 국민투표가 부결된 뒤 이탈리아 은행들을 둘러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이번 투표가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 것으로 보이며, DBRS와 같은 신용평가 기관들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더욱 낮출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서 신용등급 결정 시기를 더욱 늦출 수도 있다"고 5일 전망했다.
◆ 부실채권 눌린 은행들 구제책 마련에 고심
이탈리아 정부는 국민투표 부결로 은행들의 자본확충이 불투명해지자 직접적인 구제금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금융당국은 자국 내 3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BMPS)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전했다. 당초 BMPS는 이번 주 민간주도로 50억 유로 자본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투표로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서 민간을 통한 구제가 힘들어졌다. 만약 BMPS가 자본확충 실패는 이탈리아 금융권의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하면서 다른 은행의 연쇄부도를 불러올 위험도 있다. 때문에 이탈리아 금융당국은 '부실 도미노'를 막기 위해 최선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에서는 그동안 무려 14개에 달하는 거대은행들이 2860억 유로에 달하는 악성 채무에 시달렸다. 이에 올해 초에 은행, 보험사, 운용사 등이 취약해진 이탈리아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었다.
힐탑 홀딩스의 수석 스트래지스트인 마크 그랜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민간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이탈리아는 EU를 비롯한 ECB와 불화를 겪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U와 ECB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은행의 부실에 대해서 국가는 세금을 투입해 금융기관 구제에 나서서는 안되며 주주나 채권 투자자들이 손해를 감당케 해야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이탈리아 국민들이라는 점이다.
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우려는 유로화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며, 유럽 금융시장은 불안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