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한 국정조사가 증인들의 불출석 등으로 인해 맹탕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현 시국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높은 상황에서 의혹만 남기고 규명이 미흡할 경우, 화살은 국회를 향할 수밖에 없다. 특위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5일 국회에서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를 상대로 2차 기관보고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날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을 비롯해 박흥렬 경호실장, 류국형 대통령경호실 경호본부장 등 3명은 출석하지 않았다. 불출석 사유서에 든 근거는 업무적 특수성 등이었다. 앞서 1차 기관보고에서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수사중'을 이유로 불출석했었다.
국조특위 내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새누리당 소속의 김성태 위원장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경우 여야 간사 및 전체 위원들과 협의해 향후 개최될 청문회에 재차 출석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위원장으로서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국조에 증인 출석을 안 하는 사람은 크게 세 부류"라며 "세월호 7시간을 증언해 줄 수 있는 사람, 검사이거나 검사 출신들, 삼성그룹"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특위 위원들은 김수남 검찰총장 등 불출석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청와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해서라도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청와대 의무실장을 추가 증인으로서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문제는 당장 6일부터 진행되는 청문회도 핵심 증인의 불출석으로 맥빠진 질의만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이다.
6일 1차 청문회에는 미르, K스포츠 재단 등의 의혹과 관련해 8대 그룹 총수 등이 증인으로 일제히 채택됐고, 2차 청문회에는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우병우 전 민정수석, 차은택 CF감독 등이 출석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 씨와 언니 순득 씨, 순득 씨의 딸 장시호 씨, 박원오 전 승마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정 씨와 우 전 수석과 장모 김장자 씨, 홍기택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아예 출석요구서도 전달이 안 된 상태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1~2차 청문회를 두고 증인 출석여부에 관심이 높은데 일부 재벌총수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로비를 하며 불출석에 대해 양해해 달라고 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조만큼은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의미에서 당당하게 임하고 미안한 표현이지만 잔꾀를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우 전 수석과 장모 김 씨, 홍 전 회장을 두고 "가출 투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법망은 피해갈 지 몰라도 국민의 준엄한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 국조의 의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의혹은 무성, 답변은 부실…질의 통한 진상규명도 '깜깜'
이날 본 질의도 의문은 무성한데 부실한 답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세월호 사고 후 7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올린 서면 보고는 팩스로 했느냐, 인편으로 했느냐"고 물었고,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확히 답변드릴 수 없고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박영선 의원은 박 대통령의 7시간 이전과 이후의 얼굴 사진을 비교한 판넬을 들어보이며 "하루 전 얼굴이 다른데 작은 바늘로 주사를 맞은 얼굴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성형시술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이게 16일 이 시간에 이뤄졌다면 국민들이 용서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사실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와대에서 누군가가 '프로스카'라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탈모용으로 2년간 8알씩 지속적으로 한달에 한 번씩 받아갔다"면서 "국민 세금으로 이것을 내 줘야 하는지가 문제고 이것은 또한 의료보험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한광옥 비서실장은 이러한 지적에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한편 이날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질의 도중 "세월호 사건에 대통령의 총체적 책임은 있지만 직접적 책임은 없다, 직접적 책임은 현장 대응능력에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현장 책임자만 잘 임명하면 7시간동안 노셔도 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야당 의원들은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할 수가 있느냐"라고 강력 비난했고, 정 의원은 오전 질의 전 신상발언을 통해 "인재를 널리, 적재적소에 배치해 책임을 질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