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국회는 오는 9일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을 시도한다.
지난 주말 232만 명의 촛불행렬이 청와대를 포위하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최후 방어선도 무너진 상황이다. 4월 퇴진 등 출구전략은 없다. 남은 것은 직진하는 '탄핵 열차'뿐이다.
5일 여야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의 운명은 ‘200·28·71·180·6·60’, 이 숫자가 결정한다. 탄핵 소추안 가결의 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헌법 제65조제2항)이다. 최소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하는 셈이다.
민주당 121명을 비롯해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7명의 총합이 172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권에서 최소 ‘28명’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야권 내부에서도 일부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야권 이탈표 만큼, 여권 비박(비박근혜)계의 표가 필요하다. 비박계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35명까지는 분명히 탄핵안에 동참할 의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박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헌법 제71조’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반대로 부결되면 횃불로 격상한 촛불민심이 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을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헌재 판결 때까지 살얼음판 정국
국회를 통과한 탄핵 소추안의 의결서는 사법부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헌재)로 넘어간다.
첫 고비는 헌재의 탄핵 ‘종국결정’ 선고 시한이다. 헌재는 탄핵안 접수일로부터 최장 ‘180일’ 내(헌재법 제38조)에 탄핵 심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만 이는 강행 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이다. 법리적 충돌 여하에 따라 헌재의 심리 기간이 예상외로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이런 까닭에서 나온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접수일로부터 63일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14개월이나 소요됐다.
헌재의 탄핵 결정 정족수는 재판관 9인 중 7인 이상의 출석과 6인 이상의 찬성이다. 변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다. 이들의 임기는 각각 내년 1월과 3월 만료된다.
권한대행 체제가 후임자를 신속히 임명해 심리 지연을 방지할 수도 있지만, 7명이 재판관만으로 심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단 2명만 반대해도 탄핵심판 청구는 기각된다.
탄핵 소추안이 가까스로 고비를 넘는다면, 이제는 차기 권력 선출이다. 여야는 헌재 결정으로부터 60일 이내(헌법 제68조제2항) 조기 대선을 해야 한다.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180·6·60’ 법칙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오는 9일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가 문제”라며 “지금까지 정치권이 정국을 주도한 게 아니라 촛불민심을 따라간 만큼, 광장 여론이 변수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