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보육교사 아내를 둔 남편의 소회

2016-1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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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강승훈 차장]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보육교사를 아내로 둔 40대 초반의 지인이 있다. 부부와 함께 내년에 취학을 앞둔 남자아이 1명이 있는 가정이다. 얼마 전 만남에서 요즘들어 부쩍 부부간 다툼이 늘었다고 한다. 대놓고 물었다. 각자 업무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기도 힘든 시기인데 왜 그럴까(?).

간략히 아내의 야간근무가 일주일에도 서너 차례 이어지면서 집안 일이나, 자녀양육이 전적으로 남편에게 떠맡겨진 것이다. 한편으론 평소 업무에 회식 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소홀했던 '가사 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내의 야근은 자주 밤 늦도록 이어졌고,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부부 사이에 갈등의 골마저 생겨났다. 그야말로 돌봄의 순위가 자신 아이를 포함한 가정이 직장 다음으로 밀려난 셈이다. 아내 역시 불만이 적지 않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서 휴식 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서럽다.

누구나 즐거워야 할 연말에 어떤 보상도 없이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만 있는 아내는 이를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의 탓으로 돌린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현행 제도는 현장에서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단순히 평가를 위한 평가라고 꼬집는다. 언제 채점표를 갖고 들이닥칠 지 모르는 확인방문 관찰자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퇴근도 잊은 채 밤낮으로, 수 개월을 준비에 허비한다.

보육교사들은 지나친 행정편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는 정해진 인증지표를 기준으로 질적 수준을 자체 점검·개선토록 한 뒤, 평가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올해 11월 말 전체 어린이집의 10곳 중 8곳이 인증을 받았다. 이런 단면에는 문제점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운영 전반과 관리의 부실함이 그것이다.

예컨대 가짜 보육교사를 등록해 보육료를 허위로 청구했거나, 교사 인건비 유용 등으로 원장 자격정지 같은 행정처분이 이뤄졌음에도 이를 평가 때 누락시켰다. 또 2~3명의 관찰자가 하루 동안 특정한 어린이집에 머물며 점검하는 과정에서 점수를 잘못 매기거나, 일부 항목을 누락시키는 등 평정오류(rating error) 같은 심각한 하자를 보이기도 한다. 실제 평정오류는 2012년 37건, 2013년 53건, 2014년 66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더욱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역시 어린이집 선택 기준에서 평가인증 여부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2015년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에서 이같은 사실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고를 땐 집과의 거리(27.3%), 원장(11.7%), 교사(10.7%), 주변 평판(10.5%), 국공립 여부(3.4%) 등을 따졌다. 평가인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매년 정부의 살림살이에서 1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며 추진 중인 사업이 정작 수요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아의 발달권과 참여권이 증진되는데 인증 초점을 맞추고, 보육교사와 영유아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평가의 지표 수정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즉 평가에 현장을 맞추는 게 아니라, 평가는 현장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지인과 보육교사를 아내로 둔 많은 가정의 평화 회복 차원에서 발빠른 개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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