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국민투표가 잇따라 치러진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제2의 경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유로존 경제 규모 3위, 부실 금융 전염 가능성"
이탈리아 경제 규모는 유로존 내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크지만 트리플딥이 반복되면서 성장 속도는 더딘 상태다. RAI 등 현지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0.8%에 불과했고 실업률은 11%에 달했다. 고용률과 성장 잠재력이 줄어들면서 산업분야 성장률은 15%나 줄었다.
막대한 국가 부채와 유로존 악성 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 부실 금융도 골칫거리다. 이탈리아 3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MPS)는 지난 7월 유럽금융감독청(EBA)이 시행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51개 유럽은행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MPS에 대해 "3년 안에 부실 채권을 100억 유로 가까이 줄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MPS는 연말까지 50억 유로 상당의 유상 증자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번 투표 결과의 여파로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중소 은행 등 금융권의 도미노 충격이 증시 하락을 견인하면서 이탈리아 증시는 최소 5%에서 최대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 금융주의 하락은 이외 국가의 은행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럽 포퓰리즘 인기에 유로존 분열 우려도
유럽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우파정당이 선거를 주도할 경우 유로존과 유럽연합(EU) 분열 위기가 고조되면서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크 헤펠 UBS 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우파 정당이 유럽 내 다수가 될 경우 유럽연합(EU) 붕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ECB의 양정완화 정책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유로존 금융권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충격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유로존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유로화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로존 해체 문제가 점화되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반(反)EU 성향의 오성운동이 렌치 총리와 팽팽한 접전을 벌인 것도 이탈리아 내 포퓰리즘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부정 개표 논란에 6개월 여 만에 재선거를 치른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도 난민 문제와 이민 정책 등 EU 정책에 대한 불만이 전제됐던 만큼 유로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년 4월과 5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제1야당 공화당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와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반(反)이민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르펜 대표가 당선될 경우 유로존 탈퇴 열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월 이후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치러지는 총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 경제는 공통된 경제·채권 시장·은행 시스템을 바탕으로 2008년 이후 글로벌 위기를 벼텨왔지만 정치적 문제로 입장이 엇갈리면 제2의 금융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