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지속되는 저유가에 고심하던 석유수출기구(OPEC)이 드디어 감산에 합의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OPEC 회원국들은 하루 산유량을 120만 배럴 줄인 3250만 배럴로 줄이기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 최대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러시아 등 비회원국 동참할 듯
당초 이번 회의의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특히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이라, 이라크 등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총회 전 유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알제리에서 합의한 산유량 감산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감산안이 합의에 도달했다. 더군다나 시장의 예상보다는 감산폭이 컸으며,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적극적인 감산 참여 의사를 밝혔다. 빈 살레 알사다 OPEC 의장은 러시아가 하루 평균 3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가시장과 주식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뉴욕 국제유가 시장에 유가는 10% 급등하기도 했으며, 주식시장에서 에너지주는 일제히 올랐다.
◆ 저유가 한계에 대한 위기감 확산…합의 이행이 열쇠
이번 합의의 배경에는 저유가 시대가 한계에 다달았다는 산유국들의 공감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감산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우디는 유가 가격 상승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4월 탈석유화 경제 정책을 발표한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한다. 높은 가격에 아람코를 상장하기 위해서는 감산을 통한 유가 상승이 절실하다.
이란과 이라크는 역시 각각 경제 제재와 전쟁 등으로 노후했거나 파괴된 생산 시설을 복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베네수엘라 등 일부 산유국들은 저유가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OPEC 감산량이 하루 120만 배럴을 넘어서면서 원유 재고는 상당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산유국들이 이번 합의를 얼마나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는 가다. 과거에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진통끝에 합의에 이른 만큼 이번 감산은 추진력있게 진행될 거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에너지 애스팩트의 애널리스트 암리타 센은 "이번 합의는 OPEC이 유명무실해졌다는 회의론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 감산으로 재고 줄이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또 OPEC 비회원국 중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러시아의 참여는 이번 합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산유량 동결 의견을 고수했을 뿐 감산에는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OPEC은 다음주 도하에서 비회원국들의 감산과 관련한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OPEC의 감산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내년 유가는 60달러대를 회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