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대관업무가 정부 부처, 국회뿐 아니라 학회까지 전방위적으로 손길을 뻗히고 있다. 이통3사가 통신시장을 넘어 사물인터넷(loT), 유료방송에서도 뺐고 뺐기는 경쟁구도가 가속화 되면서 홍보에 이어 대관도 도의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유료방송의 공정경쟁을 위한 환경조성 세미나에서 발제에 나선 박추환 영남대 교수의 발표자료를 LG유플러스 CR전략실(대관담당)에서 작성,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박 교수는 "이통업계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을 결합 재판매해 이동통신의 지배력을 유선시장으로 전이시키고 있다"며 "유료방송 결합시장도 이통시장의 고착화된 시장환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재·위탁판매로 인해 통신시장 경쟁이 왜곡돼 가입자수와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LG유플러스의 IPTV 서비스 U+tv에 대한 지적은 실종됐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영업이익 추이와 방송통신결합상품 가입자 현황 등의 일부 표에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의 비교를 위해 프리젠테이션(PPT) 내 그래프로 나와 있을 뿐이었다.
더구나 자료의 원작성자가 LG유플러스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조모 부장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 있어야 할 학회의 편파성 여부에 불이 붙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조모 부장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기본적인 통신관련 데이터를 받았을 뿐"이라며 "제 아이디어로 작성된 연구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부터 SK텔레콤이 준비해 온 CJ헬로비전 인수가 7월에 불허로 결정된 배경으로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홍보·대관부서의 역할론이 나오기도 했다. 양측이 CJ헬로비전 인수 불허 사유를 찾아, 이를 적극 알리는데 발 벗고 나섰다는 평가다.
이통사마다 부처(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및 국회를 담당하는 별도의 대관팀을 꾸리고, 리스크 관리 및 관련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를 계기로 이통 3사 내에 자중의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으나, 사물인터넷(loT) 전용망을 LG유플러스와 KT가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하면서 대관 경쟁이 과열되는 형국이다.
이통업계의 진흙탕 싸움에서 최근 SK텔레콤이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여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loT 전용망은 SK텔레콤의 로라망 대 LG유플러스·KT의 NB-IoT의 양강체제로 재편됐다. 유료방송에서도 이같은 양상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학계의 중립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학계에서 전문가의 관점에 따라 '친' 혹은 '반' 인사가 존재하고, 자연스레 자신들의 입장과 비슷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에 유리한 자료를 대관팀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3사의 제로섬 경쟁 속에 대관업무는 기형적 구조로 자리 잡았다. 객관적 입장에서 볼 수 있도록 학계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