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잇따른 대우건설 회계 의혹 ③] 고장난 대우건설 리스크 관리(RM)..."시장과 적극 소통 나서야"

2016-11-2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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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문제 부각·조기매각 위한 의도적 방치 등 각종 설 난무...심각한 기업가치 훼손

14일 공시 이후 보도자료 달랑 한 장...재무·리스크관리·홍보 라인 사실상 개점휴업

대우건설의 박창민 사장(왼쪽)과 임경택 부사장(CFO).


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28일 대우건설이 제출한 올해 3분기보고서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지 2주째로 접어들면서, 이를 둘러싼 내상도 점차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 대우건설이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지 않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우건설의 대응이 통상적인 기업의 리스크 관리 궤도에서 벗어나 있어서다.
 
지난 14일 이후 2주간 대우건설은 그야말로 '치명상'을 입었다. 상장폐지에 해당할 법한 판정을 받아 회계부문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대우건설은 물론 실질적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기업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게다가 대우건설은 의견거절 판정 직후 이 정보가 유출돼 공매도 거래량까지 급증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주가가 지난 14일(종가 기준) 6730원에서 25일 5250원으로 무려 22% 가량 증발됐다.

보통의 기업들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문제 발생 초기 단계부터 홍보 조직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다. 이는 즉각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보다는 외부에 조속히 문제를 수습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차원에서 실시된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반응은 너무나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나 원활한 조기 매각을 위해 단기간 내 주식가치를 끌어올려야 할 시점임을 감안하면 의외의 행보란 평가다.

실제 대우건설은 의견거절에 대한 입장은 보도자료 한 페이지가 전부다. 그마저도 내용은 "충분한 스킨십을 갖지 못했다", "입장 차이로 소명할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에 그친 수준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을 보고서에 담기란 사실상 무리"라며 "안진 측이 지적한 부분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도록 최대한 보완하며 내부적으로 악재를 수습하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원래 예정(24일)됐던 조직개편도 12월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의견거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시점이 공시 다음 날인 15일이라는 것이다. 의견거절에 대한 악재가 공시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 대우건설은 꼬박 하루를 넘겨 대응한 것이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안진 측이 의견거절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공시보다 무려 4일 앞선 이달 10일인 것으로 파악됐다.

4일은 사태의 심각성만 인식됐다면 재무라인이 해결책을 마련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면 시한연장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홍보·마케팅을 포함한 리스크관리(RM) 시스템도 작동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제 기능을 못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재무라인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RM은 경영지원부문의 RM본부가 책임을 맡고 있다.

그나마 공시 이후의 사안들에 대해 대우건설은 RM 관련 후속조치가 전무한 상황이다. 

문제는 RM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을 멈춘 상황에서 각종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의 M&A 관련 난무하는 의혹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우건설이 이번 회계 부실 사태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청구 공사 대부분이 해외건설 부문에서 발생한 점을 부각시켜 해외건설 부문을 축소하고 주택부문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조직개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이번 사태를 고의적으로 방관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두 번째 의혹은 산업은행이 조기매각을 위해 이같은 상황에 대한 관리·감독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매각 가격이 낮아져 조기매각이 수월해질 것이란 의미다.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조기매각을 성사시키려는 산업은행 입장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기업이 일일이 의혹 수준의 소문에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대우건설의 경우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호재에 울고 웃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의견거절 판정 소식 이후 대우건설의 해명까지 하루 가까이 걸렸다. 주가는 하루 만에 10% 이상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한 M&A 전문가는 "악재로 회사가 타격을 입었다는 정보가 2주 가량 계속 노출되는 것 자체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투자자들만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대우건설의 위기대응 행보는 조기매각을 앞두고 있는 상황 상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아니면 대응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건이 터져 자포자기인 상태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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