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아름다움'…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1주년 특별전

'정관19년'(貞觀十九年)이라 쓰여 있는 옻칠 갑옷편(국립공주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백제역사유적지구(충남 공주·부여, 전북 익산)는 웅진기(475~538)부터 사비기(538~660)까지의 백제 문명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적지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백제 문화 교류와 그 독창적 문화 특성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7월 8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지정된 유적은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 관북리유적·부소산성·나성·정림사지·능산리고분군, 익산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 등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백제세계유산센터(이사장 김일재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함께 29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1주년 기념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를 개최한다.

백제의 대표 문화재 350건 1720점을 도성, 사찰, 능묘 등으로 구분해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 199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특별전 '백제'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로, 2011년 공주 공산성에서 발굴된 옻칠 갑옷을 일반에 최초로 공개하고 왕흥·미륵사지와 왕궁리의 사리장엄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으는 등 백제 문화 고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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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흥사지 목탑 사리구(왼쪽·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와 미륵사지 석탑 사리구(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가를 다스리는 통치 계급인 왕과 귀족들이 살았던 공간인 도성에는 국가의 성립·발전 과정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백제는 산과 평야가 어우러진 지형적 특징을 잘 살려 평지성과 산성을 결합하고, 여기에 중국의 도성제(都城制) 요소를 추가한 독특한 도성 구조를 만들었다. 전시장에서는 도성 안팎의 성곽, 관청, 창고, 공방, 정원, 화장실, 부엌 등에서 나온 자료들을 통해 당시의 건물의 구조, 행정 편제와 생활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사찰은 백제인들의 종교·사상·염원이 압축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백제는 중국 역사서에 '사찰과 불탑이 많은 나라'라고 기록될 만큼 불교가 성행했으며, 왕실은 주도적으로 사찰을 세우고 사리(舍利)를 공양하는 등 불교의 적극적인 후원자 역할을 했다. 왕흥사지와 미륵사지의 사리장엄구에는 언제, 누가, 무엇을 위해 발원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도 남아 있다. 

능묘는 왕의 사후 세계를 위한 공간이자 선왕을 통해 현왕의 권위를 유지하는 곳이다. 백제의 능묘와 장례 풍습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했는데, 한성도읍기(기원전 18~475)의 능묘는 초기에는 고구려식의 돌무지무덤이었지만 나중에 굴식돌방무덤으로 바뀌었다. 웅진도읍기에도 굴식돌방무덤을 사용했지만, 이와 함께 중국 남조에서 유행한 터널형 천장의 벽돌무덤도 쌓았다. 또한 사비도읍기에는 웅진기 무덤의 장점만 모아 능산리형 돌방무덤을 만들어 왕실의 새로운 능묘로 사용했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봉영기(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진경 학예연구사는 "이후 백제 전역의 묘제가 굴식돌방무덤으로 일원화되는 과정은 백제가 지방통치체계를 완성시킨 모습을 보여준다"며 "1971년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돼 크게 주목받은 무령왕릉은 6세기 전반 중국 남조와 백제, 일본을 연결하는 문화 교류망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아시아의 대표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무령왕릉을 비롯해 송산리 고분군, 능산리 고분군, 쌍릉 출토품 등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총 네 차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진행하며, 매일 세 차례씩 전시 해설을 실시한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전시 기획자가 들려주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