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양돈용 백신과 애완견 항염증제 시장에서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베링거 인겔하임과 사노피는 인체용·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각각 독일과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베링거 인겔하임은 지난 6월 26일 사노피의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양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7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6개의 기업결합 관련 시장 중 양돈용 써코바이러스 백신 시장, 애완견 경구용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시장 등 2곳에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써코바이러스는 돼지 폐렴과 설사 등을 일으켜 폐사에 이르게 하는 만성 소모성 질환이다.
현재 베링거 인겔하임과 사노피의 양돈용 써코바이러스 백신 시장 점유율은 각각 81.5%, 4.4%로 기업결합 이후에는 시장점유율이 85.9%까지 올라가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후 시장점유율 합계가 50% 이상이고, 2위 사업자와의 시장점유율 차이가 결합회사 시장점유율 합계의 25% 이상일 때는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써코바이러스 백신 시장에서 베링거 인겔하임의 시장점유율이 최근 몇년간 지속 상승하며 독과점이 심화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베링거 인겔하임이 사노피를 의식해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도 하는 등 베링거 인겔하임이 사노피를 실질적인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이번 기업결합의 경쟁 제한성이 있다는 점에 무게를 더했다.
애완견 경구용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시장에서도 양사 각각 30% 수준이었던 시장 점유율이 기업결합 이후에는 66.69%로 올랐다.
또 기업결합 이후에 1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한 경쟁사업자가 3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 등 독과점 우려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런 이유로 기업결합 이후 양사 중 한 곳은 양돈용 써코바이러스 백신, 애완견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의 국내 판매와 관련한 자산을 6개월 이내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 매각 대상 자산에는 완제품 재고 등 실물자산과 상표권 등 무형자산이 모두 포함된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이번 시정조치는 동물의약품 분야의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