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트럼프, 세계에 충격'이란 기사가 실린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대선 이후 증오범죄 사건이 급증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BS 등 외신에 따르면 시민단체인 서던 포버티 법률센터(SPLC)의 조사 결과 대선 이후 700여 건의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 증오범죄 사건이 보고됐다.
한 야구장과 놀이터에는 나치 표시인 갈고리 십자가 깃발들이 내걸렸으며 펜실베이니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백인의 힘"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복도를 행진하기도 했다.
SPLC 헤이트와치 블로그를 운영하는 라이언 렌즈 에디터는 “대선 직후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겪거나 목격했다는 소식이 쏟아졌다. 단기간에 이만큼 증오범죄가 치솟은 것은 9/11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증오범죄는 대선 전부터 전반적인 증가 추세를 그리고 있었다. FBI 집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가 67%나 급증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는 매년 평균 150건 정도였지만 작년에는 257건으로 늘었다. 제임스 오도넬 뉴욕 경찰서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는 벌써 328건의 무슬림 증오범죄가 보고됐다.
앞서 반이민 바람이 거세게 불던 영국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에도 이민자에 대한 증오범죄가 41%나 증가한 바 있다.
다만 영국과 다르게 미국에서는 증오범죄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적했다. FBI의 전국 집계는 지방 경찰서의 보고를 기반으로 하는데 오랜 인종차별 역사를 가진 미시시피의 경우 2015년에 증오 범죄가 0건이었다고 보고하는 등 집계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백 혹은 수천 건의 증오범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