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승 양방웅의 노자와 장자 이야기<36> 그거야 대장장이 마음이지!

2016-1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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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子祀), 자여(子輿), 자리(子犁), 자래(自來) 네 사람이 모여 “누가 ‘무(无)’를 머리로 삼고, ‘생(生)’을 척추로 삼고, ‘사(死)’를 꼬리뼈로 삼을 수 있을까? 누가 생사존망(生死存亡)이 한 몸이라는 도리를 알까? 우리는 그런 도리를 아는 사람을 벗으로 삼고 싶네.”라고 말하면서 모두가 웃었습니다. 네 사람은 서로 뜻이 통하여 막역(莫逆)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자여가 병이 나서, 자사가 문병을 갔습니다. 자여가 자사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대한 조물주께서 내 몸을 이처럼 꼬부라지게 만들어 버렸다네! 등뼈를 구부려 꼽추로 만들고, 오장 혈관이 위로 향하게 하고, 턱은 배꼽아래에 묻히게 하고, 어깨는 정수리위로 높이고, 머리칼이 하늘을 향해 곤두서도록 만들었다네.”

이런 모습은 음양(陰陽)의 기운이 혼란해져 생긴 증세이지만, 자여는 마음이 평온하고 아무 일 없는 듯이, 비틀거리며 우물로 걸어가서 자기의 모습을 비춰보았습니다.
자여: 아! 조물주께서 나를 이처럼 오그라뜨렸구나!”
자사: 그대는 이런 모습이 싫은가?
자여: 생명을 얻는 것도 때를 만난 것이요, 생명을 잃는 것도 순리인 것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때를 받아들이고 순리에 따른다면, 슬픔도 기쁨도 끼어들 수가 없는 것이야. 내가 어찌 나의 이 모습을 싫어할 수 있으리오!

갑자기 자래도 병이 났습니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금방 죽을 것 같아, 부인과 아이들이 둘러앉아 울었습니다. 자리가 문병 와서 우는 사람에게 나무랐습니다.
자리: 저리 비키세요. 죽음의 문턱에 막 들어가려는 분을 놀라게 하지 마세요! 위대한 조화로구나! 죽은 뒤에 어떤 모습으로 바뀌려나?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걸까?
자래: 음양이 사람에게 내리는 명은 부모가 자식에게 내리는 명보다 엄격한 것이요. 그가 나보고 죽으라고 했는데, 내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곧 내가 억세고 불순한 사람이지. 음양은 나에게 몸을 주어 이 땅위에 살게 하였고, 삶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하였고, 늙음을 주어 한가롭게 해주었고, 죽음을 주어 쉬도록 해주었네. 그러니 삶은 좋은 것이고, 따라서 죽음도 좋은 것이라네.

지금 훌륭한 대장장이[대야(大冶)]가 쇠를 녹여 기물을 만드는데, 그 쇠가 튀어나와서 ‘나는 반드시 보검이 되겠소!’라고 말한다면, 대장장이는 불길한 쇠라고 생각하겠지. 우연히 사람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내가 ‘죽은 후에도 다시 사람이 되겠소!’라고 외친다면, 조물주께서는 틀림없이 불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겠지. 이제 天地를 하나의 큰 용광로[대로(大爐)]로 보고, 조물주를 이 용광로의 대장장이로 본다면, 내가 용광로 속에서 개든 쥐든 무엇으로 만들어지든 안 될 것이 있겠는가. 그거야 대장장이 마음이지!

자래는 말을 마치자마자 숨을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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