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박근혜 정부 추진 노동개혁·서비스경제 물 건너가

2016-11-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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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4법, 서비스법 심사 대상서 제외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한국경제 체질 개선 핵심이던 노동개혁과 서비스경제 육성 작업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박근혜 정부가 핵심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추진했던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법안 심사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국회 통과가 어려워졌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노동개혁 정책마저 국정조사 대상이 된데다, 박 대통령 탄핵정국이 조성되자 정부가 추진한 입법안들을 심사에서 제외하자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된 탓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여야 모두 대선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여 해당 법안들은 뒷전에 밀린 채 자동폐기되거나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오는 31일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보다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럼에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동개혁과 신 성장 동력이 될 서비스경제 육성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노동개혁…노동4법 처리 끝내 무산

노동4법의 연내 처리가 무산되면서 사실상 박근혜 정부 내 노동개혁도 물거품이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1일부터 20대 국회 첫 법안심사에 돌입했지만, 노동4법은 심사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앞으로 박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내년에는 여야 모두 대선 정국에 접어들게 된다. 벌써부터 현 정권 내 노동4법 처리는 물론 노동개혁은 막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환노위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제출된 고용부 소관 법안 189건 중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원회)에 94건만 상정하기로 했다. 이중 정부법안은 7건인데 노동4법은 모두 빠졌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법안소위에서 노동4법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올해 마지막 기회였는데 어렵게 됐고, 내년에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법안 처리는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4법은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4개 개정안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근로시간을 최대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통상임금도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을 보다 명확히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개정안은 이미 노사정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정부가 개별 법안 처리를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어렵게 됐다.

고용보험법에는 실직자 재기를 돕기 위해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현행 평균임금 50%에서 60% 수준으로 확대하고, 90~240일인 지급기간도 30일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가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때 발생한 사고를 산업재해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파견법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자, 금형, 주조, 용접 등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이 핵심이다. 노동계와 야당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파견법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30일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노동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청년 일자리 확대 등 노동개혁을 위해 17년 만에 이뤄진 '2015 노사정 대타협'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고, 그 빈자리를 노정, 노사 간 갈등이 채우게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수선한 시국과 경제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한국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계가 납득할만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했는지, 노동계는 지금 시기에 총파업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돌아봐야 한다"며 "정부와 노동계는 현재의 노동시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개혁의 접점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서비스경제…입법지연으로 공중분해 위기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서비스경제 역시 입법지연 등으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국내 서비스산업의 고용과 부가가치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근접한 수준으로 높이고, 유망 서비스업 분야 일자리 25만개를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담은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전략의 골자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세제개편을 확대하고 의료·관광·콘텐츠 등 7대 유망 서비스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률 제·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창출될 지 불투명하다.

발전 전략 핵심인 원격의료, 공유숙박업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안, 규제프리존법의 국회 처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원격의료, 건강정보 개방의 경우 의사 등 이해관계자가 반발하면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13개 품목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보건복지부의 반발로 중단된 상태다. 한국판 에어비앤비를 만들기 위한 '공유숙박업' 도입과 인터넷은행 지분 규제 완화 등도 관련법 개정이 국회 벽에 막혀있다.

이들 법안은 애초 야당의 반대가 심했던데다 박 대통령 퇴진 정국과 맞물려 사실상 현 정부에서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서비스경제를 육성하려면 중장기 시계를 가진 일관성·연속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데 최순실 파문에 발이 묶이면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이 같은 정책을 담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현재 국회를 적극 설득하는 등 입법이 조속히 완료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제부총리 공백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떠날 것이 확정된 유일호 부총리가 이를 추진하더라도 탄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내년 대선정국이 앞당겨지고 대통령 퇴진 운동 장기화가 이뤄질 경우 경제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존 정책을 마무리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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