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홍성환·문지훈 기자 =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에 대내외 변동성 확대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비롯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등 정책 상품 이용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 가산금리 오른 상황에서 조달금리까지 올라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에 육박하는 것은 대출 원가격인 조달금리가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된 이후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실제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 중 8·25 대책 발표 이후 KEB하나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가산금리를 각각 연 0.02~0.15%포인트 높였다.
여기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이 은행들의 조달금리를 높였다.
고정금리 대출의 원가 역할을 하는 금융채(5년물) 금리는 10월 말 1.73%였으나 17일 현재 0.36%포인트 상승한 2.09%를 기록했다. 국고채 역시 지난 16일 전일 대비 0.054%포인트 급등한 1.689%로 마감하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금리 대출에 영향을 끼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역시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아 10월 1.41%를 기록했다.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8월(1.31%) 이후 2개월 사이에 0.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 금리 인상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듯
문제는 향후에도 이 같은 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위험이 더 커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장금리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정책금리를 동결해도 미국의 채권금리가 상승해 국내 채권금리도 잇따라 상승하고,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당국의 시장금리 안정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은 17일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진다"며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 서민금융의 효과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상품 통합, 기능 보완, 지원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사잇돌대출, 인터넷은행 등 다양한 중금리 대출 채널을 통해 민간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금리 장사라는 비난 피할 수 없어
은행들은 정부 대책에 부응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인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높아지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은행의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지만 금리 장사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세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대출금리에 비해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1%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덕분에 은행들은 높은 수준의 이자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국민·우리·신한·KEB하나 등 4대 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13조795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1조6550억원)보다 18.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