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금융상품 "실제 혜택은 글쎄"

2016-11-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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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반려동물을 타깃으로 한 금융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반려동물 할인 혜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혜택을 받기 위해 써야 하는 금액이 큰 데다 할인폭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때 사라졌던 애견보험이 최근 다시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와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이 현재 애견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보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동물병원마다 치료비와 진료비가 상이하고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보험 가입은 꺼리고 있다. 

영등포에 사는 정모(38) 씨는 "동물병원에서 한 번 다녀오면 진료비·치료비·약값 등으로 몇 십만원을 순식간에 쓰게 된다"며 "보험이 있으면 부담이 줄지 않을까 싶어서 가입했지만 일상 생활에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8kg인 만 3년 믹스견의 보험료를 계산해보니 삼성화재는 58만원, 롯데손보는 33만원, 현대해상은 49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애견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1년 만기 갱신형이다보니 보험료를 내고 난 후에는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다. 큰 사고를 당하면 보험료 이상의 보험금을 받겠지만 막상 가입하기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무엇보다 일상적으로 반려동물이 쉽게 노출되는 병은 보험에서 제외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슬개골 탈구는 반려견에게 쉽게 발병하지만 치료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보장내역에 슬개골 탈구는 제외돼 있다. 지난달 애견보험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현대해상은 특약을 통해 슬개골 탈구를 보장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사진=롯데손해보험 홈페이지]


또 접종으로 예방가능한 파보, 코로나, 범백, 인플루엔자 등의 질병과 예방 목적의 검사비 및 예방접종비는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 아울러 자연재해 및 천재지변 등으로 생긴 손해나 보편적으로 하는 중성화수술, 치석제거 등도 보장되지 않는다.

노견은 보험 가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화재는 6세 이하, 롯데와 현대해상은 7세 이하만 보험가입을 받고 있다. 이 나이 전에 가입한 경우에는 10~11세까지 갱신 가능하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보험보다 적금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카드업체들도 동물병원을 이용하거나 관련용품을 구매할 때 할인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내놨다. IBK기업은행의 '내 사랑 펫(PET) 카드'와 KB국민카드의 '반려애(愛)카드'가 대표적이다. 

내 사랑 펫 카드는 연회비 1만원과 별도로 1만원을 추가로 더 내면 카드 앞면에 반려동물의 사진을 넣어 제작해주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이 카드는 전달에 40만원 이상 사용하면 1만5000원을 할인해주고 100만원 이상이면 3만원, 200만원 이상이면 6만원을 할인해준다. 단 1일 1회, 한 달 3번, 이용금액 10만원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실적에 제세공과금, 상품권 구매, 교통카드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무이자할부 이용금액에 대해서는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처럼 제약이 많다보니 IBK기업은행 홈페이지는 내 사랑 펫 카드가 인기카드로 명시돼 있지만, 회사에 확인할 결과 카드 발급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수치 공개도 거부했다.

그나마 반려애카드는 혜택이 좀 더 나은 편이다. 출시 이후 1만여장이 발급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횟수 제한 없이 ▲전달 실적 30만원 이상 2만원 ▲60만원 이상 3만원 ▲90만원 이상 5만원 할인된다. 신용카드이며, 포인트리 적립이 따로 되지 않다. 마찬가지로 교통비, 학원비, 대학등록금 등은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KB국민카드는 반려애카드의 이용금액 일정 비율을 유기동물 등 동물보호를 위한 공익사업에 활용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상담원뿐 아니라 회사 홍보 담당자조차 얼마가 어디에 쓰이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두 카드 모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아울렛, 인터넷결제(PG)는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상 교통비 등 주기적으로 나가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소비한 내역만 실적에 포함이 되는 것인데 그 마저도 실적으로 인정되는 곳이 있고 안되는 곳이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적어도 30만원 이상 주거래 카드로 사용해야 반려동물 병원 등에서 한 달에 2만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카드보다 다른 카드의 대형마트·커피숍의 할인폭이 커 주거래카드로 사용하기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송파구에 사는 김모(31) 씨는 "할인이 되고 쓰는 만큼 기부가 된다고 하길래 기꺼이 카드를 신청했는데 기본 사용액에 포함되지 않는 내역이 많고 사용하는 비용 대비 할인 폭도 크지 않다"면서 "병원 할인 조금 받으려고 다른 카드보다 마트·카페 등에서 할인이 되지 않은 카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하나카드의 '땡큐 애니멀스 빅팟 카드'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동물구호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신규카드 발급 1건당 1만원이 동물보호단체 '카라'에 기부되며, 사용액의 0.1%가 동물구호기금으로 적립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을 유인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려고 다양한 상품을 고민하려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실익을 잘 따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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