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전날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로봇, 투자 등 비조선부문 분사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대중공업이 조선·해양·플랜트·엔진·특수선 사업부문을 영위하면서 존속회사로 남아 있고,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사업부)과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사업부), 현대로보틱스(로봇사업부)는 인적분할에 나선다.
이밖에 서비스, 태양광 사업은 물적분할해 회사를 신설하고 각각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을 결정한 것을 두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로 보고 있다. 보통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전 주요 사업부문에 대한 인적분할 작업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지주사 체제로 가기 위한 포석으로 판단된다"며 "회사분할과 지배구조 개편은 주가에 나쁘지 않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분할 후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의 자사주 13.4%를 편입하고, 현대오일뱅크 주식 91.1%도 보유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분할된 현대중공업의 메리트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알짜 자산인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현대로보틱스가 가져가서다.
이를 통해 기존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으나, 현대오일뱅크가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해 온 점은 아쉽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연결매출의 27.8%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률은 7.2% 육박한다.
그간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던 증권사들도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만 '투자'의견을 내놓은 것도 조선해양 부문 매출이 줄더라도 비조선부문에서 커버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주 가운데 현대중공업을 최선호주로 꼽은 것은 전체 매출에서 비조선 비중이 더 커 조선해양 부문의 실적 감소를 커버할 여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