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무산 배경] ‘秋 제안→靑 수용→野 반발’…담판정치 온종일 롤러코스터

2016-11-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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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시민들과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단독 영수회담이 14일 결국 당 안팎의 비판에 부딪혔다. 1987년 6·10 민주항쟁 이후 최대 규모인 ‘11·12 100만’ 촛불 정국에서 제1야당 대표의 느닷없는 돌출 제안으로 정국은 온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민심의 목소리를 외면한 대통령과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스텝이 꼬인 제1야당 대표의 ‘하수 정치’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 秋, 명분도 실익도 없었던 단독 담판 제안

추 대표의 담판 승부수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카드였다. 촛불정국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전격 던진 담판 정치는 명분도 실익도 없었다.

추 대표의 돌출 카드는 정국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이트 정국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려는 청와대와 이날 2선 후퇴에서 ‘전면적인 퇴진투쟁’으로 변경한 당론의 명분을 쥐려는 제1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양쪽 모두 리더십 부재를 노출하며 상처만 얻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6시 30분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청와대는 4시간 만인 오전 10시 30분께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간 영수회담 과정에서는 대통령과 야당이 시기 및 장소 등을 놓고 몇 차례 핑퐁게임을 벌였으나, 이번에는 추 대표가 ‘상관없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등 기본 정치문법에서도 벗어났다.

제1야당 내부는 격앙됐다. 추 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 등 일부 지도부하고만 상의했을 뿐, 당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으지도 않았다. 이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는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추 대표의 의사결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의원들이 다수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오후 6시 39분께 단독 영수회담이 15일 오후 3시에 열린다며 강행 의지를 보였다.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인 국회.[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애초부터 영수회담 딜레마…촛불민심에 찬물 

당 밖에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저의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 분열” 등으로 비판하며 제1야당을 압박했다. 내우외환에 휩싸인 추 대표는 결국 오후 8시 44분께 당 안팎의 비판에 무릎을 꿇었다. 제1야당 대표가 스스로 찬물을 끼얹으면서 수권능력이 바닥에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실제 단독 영수회담이 빈손 회동으로 귀결될 경우 당 내부는 물론, 범야권 공조에도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었다.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차려놓은 밥상도 걷어찼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추 대표가 제안한 카드 중 일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야권이 쌍수 들고 환영 논평을 낼 입장도 아니었다. 민주당 단독 회담으로 얻은 결과물이 범야권과 촛불민심의 정당성을 가질지도 의문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과거 영수회담은 교착 상태의 물꼬를 트기는커녕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지는 단초로 작용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9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합의문조차 도출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가 고조된 2013년 9월 추석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여야 회동을 가졌다. 천막농성 47일째였던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수염을 기른 채 국회 사랑재에서 박 대통령과 회동에 나섰지만, 정국은 한층 꼬여버렸다. 이번 단독 영수회담 무산도 박 대통령의 불통과 추 대표의 단독 플레이가 맞물리면서 교착 상태의 물꼬는커녕 정국 경색만 가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여론의 관점에서 보면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며 “추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 당 주류세력이 이해하기 힘든 카드를 꺼낸 것으로,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2016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아이가 손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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