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SK네트웍스(대표이사 최신원·문종훈)는 지난해 24년간 운영해 온 워커힐면세점을 잃은 후 특허권 재획득에 그 어느 곳보다 절치부심해왔다.
SK 오너 일가인 최신원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특허 재획득의 기대감은 한층 커졌고, 지난달 특허신청 당일엔 1200억원을 투자해 ‘한국판 마리나베이샌즈’ 조성계획을 공표, 기선 제압에 나섰다.
하지만 13일 업계에 따르면, 관광 인프라 조성은 면세사업에서 주가 아닌 부가 사업임에도 워커힐면세점이 특허권 재획득을 위한 ‘보여주기 공약’을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워커힐면세점이 한국판 마리나베이샌즈라고 강조한 세계 최장의 인피니티 풀과 사계절 스파 시설이 들어설 ‘워커힐 리조트 스파(연면적 1만2000평 규모)’의 완공 시점은 2018년 연말께다.
워커힐면세점 측은 이 리조트 스파가 한강과 아차산 등 자연 속 호텔과 카지노, 화상 경마장 등과 함께 어우러지면 세계 관광객들에게 ‘머스트 고 플레이스(Must Go Place)’로 각광받을 것이란 기대지만, 이것은 2년 뒤에나 가능한 그림인 것이다.
A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유커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솔직히 관광이 아니라 쇼핑”이라면서 “면세점의 경쟁력은 먼 얘기인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보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얼마나 확보할 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워커힐면세점은 유커들이 선호하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이 없었고 카지노 외국인들이 찾는 시계·보석 부티크 매장 등 객단가 높은 제품 위주로 영업을 했다. 워커힐면세점 만의 특색이었지만 대중성이 없어 매출 부진이 계속 돼, 지난해 문을 닫게 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3대 명품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롯데·신라면세점 등이 수년간 조단위로 매출이 늘어난 반면, ‘3無’ 정책을 고수해온 워커힐면세점은 2011년 매출 1514억원에서 2015년 2874억원으로 5년간 2배 성장에 그쳤다.
B면세점 관계자는 “워커힐면세점이 지난해 면세 특허 재획득에 실패한 것은 영업부진이 제일 큰 요인으로 꼽힌다”면서 “카지노 손님들에게 의지하기엔 면세 시장이 너무 커졌기에 관광 인프라 못지 않게 면세점 내실에 공을 들일 때”라고 제언했다.
워커힐면세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면세점 매장 면적만 해도 기존대비 2.5배 확장해 다양한 브랜드를 유치하는 등 향후 5년간 총 6000억원을 투자해 매년 30%이상 매출 신장을 목표로 한다”면서 “워커힐면세점과 카지노 호텔 등은 기존에도 매년 150만명의 외국인이 찾는 명소로, 2018년께 리조트 스파가 완공되면 충분히 면세점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11월 2차 면세특허 경쟁에서 탈락, 지난 5월 16일에 24년간 영업해 온 면세점을 폐점했다. 이에 SK네트웍스는 올 초 인천물류센터와 정보기술(IT) 운영시스템을 두산(두타면세점)에 매각했고, 직원들 상당수도 신규 시내면세점으로 이직했다.
다만 워커힐면세점은 오는 12월 특허를 취득시, 기존에 보유한 워커힐 물류창고·직원들의 충원·업그레이드한 IT 운영시스템을 통해 1~2개월 내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