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자는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는 미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줄곧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탓에 미국 일자리가 감소됐다며, 전면 재개정 의사를 밝혀왔다.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미국은 대 한국 무역적자가 2011년 133억 달러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인 2015년 283억 달러로 2배 넘게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FTA 발효 이후 FTA 수혜품목 수출이 평균 6.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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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미 FTA를 원점에서 재협상하거나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한미 FTA로 결정된 관세와 상관 없이 추가적인 관세 부담을 요구하거나 비관세 장벽을 칠 가능성이 높다.우리나라는 미국에 주로 승용차(175억달러, 25.1%), 자동차부품(66억달러, 9.4%), 무선전화기(63억달러, 9%), 집적회로반도체(25억달러, 3.6%)를 수출하고 있다. 이런 품목에 직접적인 무역 제재가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GM, 르노삼성, 현대기아차 역시 대미 수출이 늘어났다.
철강산업에도 피해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으로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규제가 있을 수 있어서다. 미국은 이미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최대 60% 특별관세를 부과하며 무역규제를 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무역규제 확대로 철강산업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국내 철강수요 자체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대형 수출주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30% 안팎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수 대형주가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어 자칫 실적이 악화될 경우 증시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 결국 투자자 이탈 규모가 커지는 악순환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이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보고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화학원료, 조선, 자동차부품, 반도체 같은 국내 업종에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 의존도는 25%에 달한다.
주요 증권사는 트럼프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타국에 대해 배타적인 각자도생 논리가 강화되고 있어 통상국가인 우리나라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브렉시트 여파가 잦아들었을 때처럼 V자 반등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