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충격적인 승리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대기업들이 떨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고 글로벌 자유무역협정을 모조리 뜯어고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대미 수출에 큰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니와 도요타 등의 주가가 폭락했다. 안전자산으로 엔이 달러 대비 급등한 영향도 있었다.
특히 투자자들은 9일 트럼프 당선에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미국에서 트럭이나 SUV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은 멕시코 공장에서 자동차를 제작해 미국으로 수출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닛산은 올해 3월 31일로 끝난 지난 회계연도에 미국으로 수출된 경차 중 절반 약 절반을 멕시코 공장에서 제작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9일 주가가 3% 이상 급락하는 등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KTB 투자증권의 문용권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한미 FTA를 포함해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성장을 위해 미국에 의존하는 모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에 악재”라고 분석했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될 관세는 전반적인 전자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델, 시스코, IBM 등 세계 주요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제품 세상의 상당 부분을 중국 공장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중국이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게 되어 결국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거대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미중무역전국위원회의 제이크 파커 부의장은 WSJ에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벽을 세우기보다는 미국산 제품, 서비스, 농산물의 수입을 막는 중국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대선 후보였을 때보다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