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육군협회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앞으로 8~10개월 안에 사드 포대가 한국에 전개될 것”이라며 “한국에 전개되는 사드 포대는 괌 미군기지의 사드 포대보다 규모가 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초 내년 말로 예정됐던 사드 한반도 배치를 이르면 내년 7월로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 계획을 포함해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한 우선순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최순실 사태와 사드 배치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연이어 사드 배치 가속화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사드 주한미군 배치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정부가 수렁에 빠져들자 사드 배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미국이 조급함을 보이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연내 체결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미일 3각 체제 강화를 원하는 미국 입장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GSOMIA 체결이 불발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신임 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사드에 반대하는 소신을 재확인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드, GSOMIA 등 민감한 현안의 강행 추진이 국민들의 반감과 맞물릴 경우 정부의 정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 현안의 무리한 추진이 반미 정서 확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아무리 급해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박 대통령 퇴진과 함께 반미 시위도 함께 하라고 불을 지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