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이모저모]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거리로… '최순실 게이트' 분노 확산

2016-11-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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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집회에 가족 단위로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는 저마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평화롭고 진지한 분위기로 시위를 진행했다. 또 최순실 복장을 그대로 따라한 '코스튬 플레이' 단체들의 시위행렬 등 곳곳에서 이색적인 장면들이 목격됐다.

○…촛불집회 앞서 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 진행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엄수됐다.

야권 정치인들과 시민 1만5000여명(경찰 추산)이 참가해 백 농민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시민들은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살인정권 퇴진!'이라고 적힌 검은색 근조와 '박근혜는 물러가라' 등의 초록색 근조를 달고 엄숙하게 영결식을 지켜봤다.

정계에서는 야 3당 지도부,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야권 대권주자들도 영결식을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도 함께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아버지를 보낼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면서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해 계속 싸워가겠다고 다짐했다.

백씨의 딸 도라지씨는 "언제 치를지 알 수 없던 장례식이었는데, 이렇게 영결식에서 인사하게 됐다. 이 감사함은 인간 언어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2차 촛불집회'는 그 어느 집회보다 질서정연

시민 20만 여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약 4만3000명)의 행진 물결은 질서정연했다. 더 나아가 평화롭기까지했다.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로 광화문 사거리 주요 도로는 가득 메웠다. 이날 범국민행동 촛불문화제 1부가 오후 6시에 끝나고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은 광화문우체국에서 종로2가-안국로터리-종로1가 등을 거쳐 교보문고까지 가는 경로와 종로3가에서 을지로3가-시청-대한문을 거쳐 광화문 일민미술관으로 도착하는 두 경로로 진행됐다.

경찰이 우려했던 시위대의 폭력 행동이나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시민들의 행진 대열은 질서정연했다.

지난해 12월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에서처럼 경찰의 무리한 집회 통제가 없는 시위가 또 한 번 증명된 것이다. 경찰은 시민들의 행동을 제지하기보다 최소한의 대열 유지에만 신경을 썼다.

○…초등학생에서부터 80대까지 다양한 계층, 연령대 참여

집회 참여자 중에는 교복을 입은 앳된 중·고등학생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 머리가 희끗한 60대 어르신들까지 계층과 연령대가 다양했다.

앞서 오전부터 열린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서는 농민들과 진보 성향 단체 회원들이 참가했지만, 오후들어 광화문 광장에는 최순실 게이트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가족이나 연인 단위의 일반 시민들이 대거 몰렸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15)군은 "우리도 알 건 다 안다"면서 함께 걷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은 몰랐던 사람"이라면서 "국민들은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적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나섰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소진(11) 양은 "대통령이 할 일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서 "이 때문에 어른들이 화가 많이 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순실·장군 등 코스프레 이색 복장 참여자 눈길

광화문광장 한 켠에선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의 평소 옷차림을 그대로 따라한 '코스튬 플레이(만화나 게임 주인공의 복장을 모방)' 단체들도 주변의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최순실 게이트' 철저한 수사와 박 대통령 퇴진을 목청껏 외치며 광장 일대를 맴돌았다.

대학생 김모(24)씨는 "평소 만화를 좋아해서 '코스튬 플레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나라 꼴이 이 지경까지 오게된 것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표현하고자 친구들과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광장 동쪽 입구에선 화려한 금색 갑옷 복장과 투구를 차려 입은 80대 어르신이 주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천에서 거주하는 박모(85)씨는 "대통령은 국민이 권력을 부여한 가장 높은 대장군과 같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날 보고 정신차리라는 의미에서 이 같은 복장을 차려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 씨는 허리에 찬 모형 칼을 들어보이며 "박근혜 정권이 정신차리고 현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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