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풀린 ‘염소의 저주’·시카고컵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2016-11-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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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로가 3일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서 10회 적시타를 친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전성민 기자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 같던 염소의 저주가 마침내 풀렸다.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명승부를 통해 저주를 깼다.

시카고 컵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2016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8-7로 이겼다.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몰렸지만, 기적 같은 3연승을 거둔 시카고 컵스는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섰다. 팀 통산 세 번째 우승.

월드시리즈 MVP는 결승타의 주인공 벤 조브리스트에게 돌아갔다. 2015 시즌 캔자스시티에서 우승했던 조브리스트는 FA 자격을 얻어 컵스와 계약하며 2년 연속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저주를 풀고 이룬 꿈같은 우승이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시작됐다. 시카고 컵스와 디트로이트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서 열렸다. 가족처럼 여긴 염소의 티켓까지 구매해 데리고 온 열렬한 컵스 팬인 빌리 시아니스가 주위 관중들이 냄새가 난다고 항의해 쫓겨났다. 시아니스는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났다. 컵스는 그해 월드시리즈 3승4패로 우승컵을 들지 못했고, 이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클리블랜드의 ‘와후 추장의 저주’는 계속 됐다. 클리블랜드는 1951년 팀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의 색깔을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교체했고 표정도 우스꽝스럽게 바꿨다. 마스코트는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마스코트 교체 후 클리블랜드가 우승을 하지 못함에 따라 ‘와후 추장의 저주’라는 말이 생겼다. 클리블랜드는 1948년 이후 7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승부는 접전 끝에 연장 10회에 갈렸다. 벤 조브리스트는 1사 1,2루 상황에서 브라이언 쇼를 상대로 1볼2스트라이크에서 좌익수 쪽으로 빠져 나가는 1타점짜리 결승 2루타를 쳐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몬테로의 적시타가 터지며 시카고컵스는 8-6으로 앞섰다.

라자이 데이비스 10회말 2사 2루에서 C.J. 에드워드를 상대로 1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바뀐 투수 좌완 마이크 몽고메리는 마이클 마르티네즈를 3루 땅볼로 잡아냈고, 시카고컵스는 월드시리즈 정상에 섰다.

드라마 같은 승부가 9회까지 펼쳐졌다. 덱스터 파울러는 1회 선두 타자로 나서 2볼1스트라이크에서 코리 클루버를 상대로 리드오프 홈런을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리드오프 홈런이 나온 것은 최초다.

클리블랜드는 3회말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 타자 코코 크리스프가 2루타를 치자 로베르토 페레즈가 희생 번트를 댔다. 이어 카를로스 산타나의 1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균형을 맞췄다.

시카고 컵스는 4회초에 바로 반격에 나섰다.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판단과 발야구가 돋보였다. 1사 1,3루에서 에디슨 러셀이 중견수 쪽에 뜬 공을 쳤다. 태그업하기에는 짧은 타구였다. 클리블랜드 중견수 라자이 데이비스가 주춤한 사이 브라이언트는 과감하게 홈을 파고 들어 득점을 기록했다. 이어 콘트레라스의 2루타가 터지며 시카고 컵스는 3-1로 도망갔다.

시카고 컵스는 5회에 2점을 추가했다. 바에즈는 선두 타자로 나서 초구를 공략해 중앙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기록했다. 클리블랜드는 앤드류 밀러로 투수를 교체했다. 컵스의 기세는 계속됐다. 2사 1루 상황에서 스타트를 끊은 브라이언트는 앤소니 리조의 우익수 쪽 안타 때 홈을 밟았다.

클리블랜드는 5회말 추격에 나섰다. 2사 2,3루 상황에서 존 레스터의 원바운드 공이 데이빗 로스의 헬멧에 맞고 1루 쪽으로 흘렀다. 공에 맞은 로스가 주춤한 사이 2루 주자 킵니스까지 홈을 밟았다.

정신없던 5회말을 보낸 로스는 6회에 귀중한 한 방을 때려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로스는 1볼2스트라이크에서 밀러의 바깥쪽 공을 밀어 쳐 중앙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39세의 로스는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홈런을 친 최고령 선수가 됐다.

시카고컵스의 승리로 끝나듯했지만 클리블랜드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8회 2사 후 라미레즈가 내야 안타를 치자 존 레스터가 아롤디스 채프먼으로 바꿨다. 브랜든 가이어는 채프먼을 상대로 중견수 쪽에 1타점짜리 2루타를 쳤다.

이어 드라마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라자이 데이비스는 2볼2스트라이크에서 7구째 157km짜리 직구를 걷어 올려 좌측 펜스를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6-6 동점.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시카고컵스였다.

[시카고컵스 선수들이 3일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우승이 확정 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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