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중앙' 대신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칭호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통과했다. 지난 27일 폐막한 제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다. 이로써 앞으로 공산당 지도층은 물론 중국인들이 당중앙을 지칭할 때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칭호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표면적으로 당중앙에 대한 호칭의 변화지만, 시진핑 주석에 대한 지위가 총서기에서 핵심으로 승격된 것이기도 하다. '총서기'가 직책의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면, '핵심'은 최고지도자의 상징성을 강조한다. 시 주석의 상징적인 지도자위치가 강화된 것이다. '총서기'와 '핵심'의 차이가 현실세계에서 어떤 차이를 가져올지, 향후 중국 핵심권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호칭의 변화가 과연 시주석의 '원대한 꿈'을 이루게 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까.
◆핵심이라는 칭호
마오가 후계자로 지정했던 화궈펑(華國鋒)은 핵심이라는 칭호를 받지 못했다. 그는 과도기적 성격의 지도자였으며 1976년부터 1978년까지 2년간 집권했다.
1978년 11월 11기3중전회를 통해 전권을 틀어쥔 덩샤오핑은 2세대 지도자의 핵심이었다. 초기 그는 8대원로와 권력을 분점했었지만, 덩의 절대적인 권력은 그가 임종하는 날까지 유지됐다. 1989년 8대원로 중 한명인 천윈(陳雲)은 덩을 ‘핵심’이자 개혁의 총설계자로 극찬했다. 1980년부터 1987년까지 공산당 총서기였던 후야오방(胡耀邦)과 이후 1989년가지 총서기를 지냈다 톈안먼(天安門)사태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은 단한번도 핵심으로 불리지 못했다.
자오쯔양의 실각이후 덩은 1989년 세대교체를 내세워 장쩌민을 총서기로 발탁했다. 당시 덩은 "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을 구축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장쩌민은 1997년 덩의 사후 비로소 핵심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후진타오는 그의 재임기간 핵심이라는 칭호를 누려보지 못했다. 그는 9명 상무위원의 한명이었으며, 막후에는 장쩌민을 필두로 한 원로그룹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후진타오 집권기에는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 집권후 6중전회까지 4년여동안 '시진핑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칭호가 사용됐다.
◆1인지도체제? 집단지도체제?
시주석에 대한 칭호가 총서기에서 핵심으로 격상되었다고 하지만, 시진핑 1인지도체제가 확립된 것은 아니다. 6중전회는 공보를 통해 민주집중제와 집단지도체제를 더욱 견지해 나가야 한다고 못박았다. 당내민주화와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체제의 윤곽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6중전회를 통해 시주석의 권력이 한층 강화됐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집단지도체제의 범위 내에서의 강화를 뜻한다. 현실정치에서 시 주석의 권력이 얼마나 강해졌으며, 어떤 분야에서 재량이 넓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바 없다. '총서기'와 '핵심'의 권한 차이는 규정으로 정해진 바도 없다.
이에 대해 중국 정치 평론가인 장리판(章立凡)은 "시 주석이 최종 거부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중요사안에 대해 시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상무위원이 동의하더라도 '핵심'인 시주석이 반대한다면, 그 안건은 통과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핵심 지도자 1인이 반대하는 안이 당중앙을 통과할 수는 없다는 이치다. 거부권 확보는 발언권 강화, 권력강화와 맞닿아 있다.
◆핵심 시진핑의 다음 수순은?
중국공산당은 내년 하반기에 제19차 공산당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개최한다. 관례대로라면 내년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이끌 젊은 정치인 2명이 상무위원에 진입한다. 현재 가장 앞서있는 인물은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서기다. 둘은 1960년대생이면서 정치국위원 25명에 포함되어 있다. 후춘화 서기는 공청단파이며, 쑨정차이 서기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배양한 인물이다. 두사람 모두 시진핑 주석과는 거리가 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관례대로 차기 상무위원에 진입한다면 시 주석의 권력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타계파 출신의 후계자들은 시주석 본인의 의지대로 중국을 이끌어가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은 또한 공청단파인 리커창(李克強) 총리와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 주석의 권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배경에서 시주석이 내년 당대회에서 현재 7명의 상무위원회를 5명체제로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사결정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5인체제로 개편한 후, 차기지도자들의 상무위원진입을 무산시켜 권력을 유지하고, 2022년 개최될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주석이 자신이 육성한 후계자를 등극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2022년 시주석이 자신의 후계자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5인체제는 시주석에게 최소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의 안정적인 권력을 보장할 수 있다.
◆'7상8하'를 깨뜨리려면
이 밖에 시주석이 자신의 임기를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현재로서 임기연장은 그에게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주석의 임기가 연장되려면 중국 공산당의 관례였던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올라가고 68세는 은퇴한다) 규정이 깨져야 한다. 7상8하'는 명문화된 규정이 아닌 당중앙 전체의 합의하에 만들어진 '묵계'에 가깝다. 다만 중공중앙의 규정에 따르면, 동일한 직책에서 연임은 가능하지만 3연임은 불가능하다.
시주석은 국가주석, 중국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3개의 주요직책을 겸직하고 있다. 현 규정대로라면 이들 주요직책을 3연임할 수는 없다. 때문에 시주석의 임기가 연장되려면 7상8하의 묵계가 깨져야 하며, 당내 규정이 개정되어야 한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시주석이 당내 혹은 중국인민들 사이에서의 광범위한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당내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치열한 정치투쟁에서 시 주석이 승리해야 한다.
연임규정츤 차치하고, '7상8하'의 묵계만이라도 깨진다면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가 연임할 수 있다. 시주석과 같은 태자당이면서 지식청년시절부터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왕 서기가 연임한다면 시 주석으로서는 호재다. 하지만 이마저도 치열한 정치투쟁을 수반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시진핑 드림'은 이뤄질까
시주석은 스스로 임기를 연장시켜 장기집권을 꾀하거나, 혹은 자신의 후계자를 직접 지명해 퇴임후에도 '상왕'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들이다. 1989년 총서기에 등극했던 장쩌민 주석은 1997년 덩샤오핑이 사망할때까지 덩의 통제를 받아야 했다. 또한 후진타오 전 주석 역시 집권시기 장쩌민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았다.
시주석의 장기집권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리커창 총리를 필두로 하는 공청단파는 여전히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후춘화'라는 걸출한 차기 총서기 후보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공청단파를 만든 후진타오 전 주석 역시 퇴임이후 외곽에서 공청단파를 지원해오고 있다.
또한 장쩌민 전 주석이 만들어낸 상하이방도 무시못할 세력을 지니고 있다.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 등이 상하이방이다. 상하이방은 지난 9월 리훙중(李鴻忠) 전 후베이(湖北)서기를 톈진(天津) 서기로 안착시키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시주석이 장기집권을 하려면 이들 반대세력들과의 정치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미국 클레어몬트매키나 대학의 민신페이 교수는 "시 주석이 (6중전회라는) 중대한 전투에서 이긴 것은 분명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중국 정계에는 1인지도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 노팅엄대의 현대중국 전문가인 스티브 창 교수 역시 "시 주석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지전능의 자리를 구축한 것이 아니다"면서 "분명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맞지만, 시 주석이 내년의 중국 공산당 방향을 결정할 지리에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