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액화석유가스(LPG)업체로 코스피 상장사인 E1은 9월 30일 각각 3·5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 1000억원어치에 대한 청약·배정을 마쳤다.
이 가운데 3년 만기 회사채만 공모액보다 많은 700억원이 몰렸을 뿐 5년짜리는 기관투자자에 200억원어치가 팔리는 데 그쳤다. 결국 5년 만기 회사채 공모에서 800억원이 미달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280억원)과 공동주관사인 이베스트투자증권(240억원), 한국투자증권(160억원), 미래에셋증권·HMC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각각 40억원)이 800억원을 떠안게 됐다.
6개 증권사가 인수한 물량은 시장에서 정상적인 유통에 실패했다. 일부 증권사는 최근 권면이자율 1.826%에 0.40%포인트를 얹은 2.226%로 회사채를 판매하기도 했다. 금리 얹혀 팔기로 증권사별로 최대 2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E1 회사채가 수요예측에 실패한 이유로는 먼저 실적 부진이 꼽힌다.
E1이 상반기에 올린 영업이익은 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8.5% 증가했으나, 이전까지 수년에 걸쳐 워낙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 매출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LPG 차량이 감소세인 것도 우려를 키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바람에 실적 위험이 있는 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1이 수요예측을 마친 9월 20일 기준으로 같은 신용등급(AA-)인 회사채 민평 금리는 3년 1.685%, 5년 1.928%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E1이 적용한 개별 민평 금리는 3년 1.591%, 5년 1.777%로 크게 낮았다.
결국 실적 부진에 기대에 못 미치는 금리가 흥행 실패로 이어진 셈이다. 게다가 기관 투자자가 연말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장기물인 5년 만기 회사채를 기피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년물은 금리를 다소 짜게 줘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겠지만, 5년물에는 더 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SK브로드밴드는 최근 E1과 동일한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5년물에 민평 금리 대비 0.05%포인트를 가산해줬다. 마찬가지로 삼성물산도 5년물에 0.15%포인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