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편을 이유로 수달 째 문 닫은 디지파이코리아 홈페이지 모습[사진=디지파이코리아 홈페이지]
이 사업은 당초 한만기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경제사절단이 아님에도 경제사절단인 것처럼 꾸며 홍보한 바 있다. 특히 합의각서(MOA)에 등장하는 이란 기업과 이 기업의 대표는 계약파트너로 보기에 힘들 정도로 신빙성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한 씨가 지난해 밝힌 일본·아랍에미리트(UAE)와의 사업도 제자리 걸음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수사당국,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디지파이코리아와 에스아이티글로벌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지난 5월1~3일)에 맞춰 이란의 ICCO(International Communication Company)와 저궤도 위성통신망 설치 사업과 관련해 8조원대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5월3일 에스아이티글로벌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 대표와 모하메드 카림 나세르 사라프(Mohammad Karim Naser Saraf) ICCO 회장은 8조원 규모의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이란에 구축하기 위한 MOA를 체결했다. 한 대표는 '박 대통령 방문에 따른 성과'라는 식의 내용을 담아 홍보했다.
MOA 체결에 따라 디지파이코리아는 지난 7월까지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을 위한 현지 실사와 설계 작업을 진행해 본 계약을 체결하고, 10월부터 망 구축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계획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지난 8월3일 증권거래소 조회공시를 통해 'ICCO와 참여범위 등을 협의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현재까지 사업 진도는 나가지 않고 있다. 특히 디지파이코리아는 설립 이후 2년간 성과나 매출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도자료에는 디지파이코리아가 마치 박 대통령과 함께 움직인 236명의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이란 정상방문 경제사절단 발표'라는 보도자료에는 디지파이코리아와 에스아이티글로벌이 없다.
보도자료에 MOA 계약 당사자로 등장하는 모하메드 ICCO 회장이 이란의 통신사 '탈리야(Taliya)' 사장과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과 달랐다.
그가 이란 통신사 탈리야 사장을 역임한 것은 맞지만, 장관이 아닌 일반 고위 공무원 출신이었다. ICCO가 이란 통신사의 컨소시엄은 맞지만, 디지파이코리아와 계약한 이동통신망 설치 사업에 대한 실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게 사정당국의 설명이다.
한 대표가 8조원 규모의 '저궤도이동통신망 사업'이라는 일명 '펄(Pearl; 주가를 올리기 위한 아이템)'을 활용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정황이 수사당국에 포착됐다.
한 대표가 아랍권과 아시아권의 기업·정부와 특별한 관계를 내세우며 투자자의 투자 의향을 이끌어낸 후, 주가 조작을 통해 시세차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최대 주주인 디지파이코리아가 추진하는 '일본·이란 등 해외 위성통신 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소식에 지난 3월 말부터 4월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말 6000원대였던 주가는 4월14일 장중 최고가인 4만8800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5월3일 이란 '저궤도이동통신망 사업' 보도 이후 10여일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란 통신망 사업과 관련된 보도가 되기 전부터 한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은 투자자들이 에스아이티글로벌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고, 보도된 직후 대량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 공모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지만, 보도를 접한 주식을 사들인 개미들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한만기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1호로 채택이 됐고, 청와대 방문도 예정됐으며 주요 방송사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보도할 예정이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며 "이는 주식부양을 하기위한 사전 작업인 듯 하다"고 귀뜸했다.
앞서 한 대표는 '아랍에미리트 벤처투자사 메나앱스(MENA Apps)로부터 약 2000억원 규모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일본 오락(ORAC)과 저궤도 위성통신 운영사업을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등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들 사업 역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