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기생 독신'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던 일본은 요즘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총무성 추계에 의하면 2010년 현재 35∼44세의 연령대에서 6명 가운데 한 명꼴인 약 295만 명이 미혼인 채 부모와 동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16.1%에 해당하며 1990년의 112만 명, 2000년의 159만 명에서 2~3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캥거루족'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15~34세 청년 인구 가운데 일을 하지도 않고 구직 활동도 포기한 숫자가 100만8000명에 달한다. 전체 청년 인구는 2003년 1475만 명에서 2011년 1346만 명으로 129만 명이 줄었지만 캥거루족은 같은 기간 75만1000명에서 100만8000명으로 25만7000명이나 증가했다. 15~34세 청년 100명 가운데 7.5명이 캥거루족에 속한다는 이야기다.
명문대를 졸업한 후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민지(39·가명·여)씨는 본인 명의 아파트도 있지만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김씨의 여동생도 마찬가지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독립하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제 시집갈 나이"라고 재촉하지만 김씨 마음에 드는 남자가 아직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 역시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살아야지"라며 김 씨 자매의 결혼을 재촉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50대를 ‘막처세대’라고도 부른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이다. 다가올 ‘막처세대’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캥거루를 멀리하면서 캥거루의 숫자를 줄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높은 집값과 물가를 감안하다면 젊은 자녀들이 독립을 선언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노부부의 노후생활도 갈수록 버거워지는 상황에서 캥거루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국가적으로는 청년들의 주택 독립과 일자리 독립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경제적 독립은 고령자들의 노후 생활을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들의 일자리, 주택, 결혼, 출산, 육아 등 생애주기에 맞춰 사회적으로 독립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캥거루를 부모 혼자서 맡아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통해 독립을 지원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 독립하기 어려운 캥거루 청년들을 노후 준비에도 벅찬 노부모에게만 떠맡겨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