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사조그룹이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편법 승계를 했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사조그룹이 오너 개인회사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키운 비상장 계열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올라 수직계열화된 지배구도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그룹의 최정점에는 오너일가가 대다수 주식을 소유한 비상장사 사조시스템즈가 자리한다.
사조시스템즈는 현재 사조산업의 지분 18.75%를 갖고 있다. 하지만 주진우 회장의 지분(19.94%) 일부가 주 상무나 사조시스템즈에 넘어가면 주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조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때문에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를 키운 후 지주사로 올리는 전형적 편법상속 수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 용역 경비, 전산업무 용역서비스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조그룹 계열사에서 일감의 최대 92%를 의존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합병 전인 2014년 매출(126억원)의 56.5% 역시 안방에서 나왔다.
2013년만 하더라도 매출 76억원에 영업이익 21억원이었던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매출 157억원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했다. 2년 새 매출과 영업익 모두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사조시스템즈에 합병된 사조인터내셔널도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오너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다. 농수축산물 도매업 등을 영위한 사조인터내셔널은 2009년 이후 합병 전까지 매출의 최대 99%까지 그룹 계열사에 의존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2014년 말 기준)는 오너 3세 주지홍 상무(47.28%), 2대주주는 오너 2세 주진우 회장(20.35%)으로, 개인 지분이 70%에 육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의 편법승계를 위한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가 도를 넘었다"며 "주 상무가 아직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데다가 불공정한 부의 세습으로 상속이 이뤄진 만큼 논란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