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정부가 은행권을 통해 사실상 주택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등으로 수요자가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폭이 크진 않지만 주택을 담보로 생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진 만큼 이번달부터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진다는 의미다.
9월 들어 신용대출 증가세가 줄었지만 예금은행 전체로 집계하면 증가세가 매우 가파른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 잔액은 8월 말 현재 169억6585만원이다. 증가폭은 지난 3월 5117만원에 불과했으나 8월에만 2억5848만원 늘었다.
NH농협은행을 포함한 5개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사용액 역시 지난 7월 49조6218억원에서 8월 50조8036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9월에는 50조8775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연말부터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고려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되면 신용대출 문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수도권을 시작으로 집단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된 데 이어 최근 가계부채 대책으로 집단대출 심사까지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나머지 대출마저 받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격대출을 비롯해 보금자리론 등 정책성 금융상품마저 자격이 축소되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에 대한 수요는 한동안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업권 내 대출 상품 중에서도 정책에 따라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연말부터 사실상 모든 대출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면 업권을 옮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성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 등으로 밀릴수록 금리는 높아져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
기존에 시중은행을 이용하던 고객이 제2금융권 등으로 밀리면 부담하는 대출 금리는 더 높아진다. 주택담보대출만 비교해도 시중은행이 연 평균 3% 안팎인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6%대여서 이자 부담이 2배로 늘어난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끼쳐 금리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 시장에서 가계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 실수요자들은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상품이 막히면 우선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고려할 것"이라며 "이 마저도 어려워지면 신용대출 등으로 수요가 이동한 뒤 다소 금리가 높아도 보험이나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으로 업권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