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10월 2∼4일)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노무현정부의 외교 라인과 국정원·국가안보회의가 주축이 된 조직 간 갈등에서 출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공식라인 대(對) 비공식 라인의 신경전의 연장선이란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2011년 9월 공개한 외교 전문과 당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송 전 장관과 당시 국정원·국가안보회의 간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미 국무부에 타전한 '남북정상회담 어떻게 가능했나'라는 전문에서 "정상회담 협상은 국가정보원과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들이 담당했으며, 남북관계 주무 장관인 외교·통일·국방장관은 8월 8일 발표 당일까지 이를 몰랐다"고 전했다.
전문에는 "박선원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이 수년간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4년 전 박 비서관과 이종석(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서훈(당시 국정원 3차장) 등 3명의 소그룹이 결성됐다"고도 보고했다.
이와 관련 20일 국내 한 매체는 지난 2011년 10월 6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를 언급,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송 전 장관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박선원 전 비서관의 대립을 언급, 오늘날 송민순 장관 회고록 논란의 원인을 회생했다.
언론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비서관은 국감에서 "김만복 국정원장, 서훈 3차장, 백종천 안보실장, 문재인 비서실장이 (추진하고) 저는 실무를 맡았다"며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송 전 장관은 위키리크스 폭로가 사실이라는 박 전 비서관 증언에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박 전 비서관이) 당시 외교장관을 포함한 각료들이 몰랐다고 생각했겠지만 본인이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상황을 말씀 듣고, 다만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으니까 참고로 알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노 대통령이 2007년 7월 30일 자신에게 "송 장관도 잘 모르고 있겠지만 남북관계를 좀 진전시켜 보려고 정상회담에 대해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정상회담 추진팀은 (추진 사실을) 내가 미리 알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비핵화 속도와 맞추도록 미국과 조율하자'고 주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정 추진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고 기술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논란과 관련해 북한이 필요에 따라 관련 입장을 내 놓으면서 '남남(南南) 갈등'을 조장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1년 이례적으로 이명박정부가 북측에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돈 봉투를 쥐여 줬다고 폭로한 바 있는 북한이 적절한 시점에 폭로전에 가담할 것이란 것.
특히 전문가들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을 둘러싼 진실공방 가열 양상에 따라 북한이 선전매체 등을 통해 당시 정황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13년 6월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을 당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사흘 만에 긴급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 사례처럼 이번 회고록 논란의 진위를 떠나 북한이 남북관계를 주도하기 위한 목적에서라도 폭로전에 나서 국내 정치권 상황에 따른 북한의 실익을 계산해 정치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입장 표명이 남남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여야 모두 회고록 공방을 이쯤에서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