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CK사무실]
특히 중국 국적의 조수봉 CK무역 대표가 본지 보도 후 중국으로 도주해, CK무역의 레깅스를 대량 사들인 국내 중소 레깅스 업체들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관세청 및 의류업계에 따르면 CK무역 직원들은 대표가 사라진 시점에 모두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조수봉 대표가 원산지 세탁 기사가 보도된 직후인 18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CK무역 사무실 또한 18일 오후에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9일 오후에 찾은 중구 신당동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CK사무실의 셔터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또 인근의 유통점에 판매됐던 '렛츠다이어트' 레깅스 상품도 자취를 감췄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정황으로만 봐도 CK무역이 원산지 세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레깅스 재고 창고 등을 추적해 진상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K무역을 입점시켰던 롯데면세점(본점 소공점)과 HDC신라면세점(용산점, 온라인), 동화면세점 등 국내 대형 유통점들도 관련 보도가 나간뒤 '렛츠다이어트' 레깅스 상품을 모두 거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CK무역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수거하고 폐점시켰다. 해당 제품에 대한 고객 환불 요청 시에는 제품 하자 건이므로 100% 환불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이번 건을 계기로 관리·감독 및 브랜드 입점 기준의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세분화하는 등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신라면세점과 동화면세점은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당국의 눈치만 살피는 모양새다. 면세점의 이같은 미온적인 태도에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부당이득 산출도 어렵고 마땅한 처벌규정도 없어 근본적 해결책 없이 '땜질식 처방'에만 그쳐 매번 똑같은 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MD를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리적 측면에서 신뢰를 깨는 업체들의 행동을 모두 잡아내기는 어렵다. 대기업 유통채널들이 불가피하게 피해를 당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상품은 나중에 받기로 하고 CK무역에 대금을 미리 낸 업체들의 금전적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CK무역의 '렛츠다이어트' 제품이 최근 요커들이 찾는 인기 제품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수량의 제품을 매입한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원산지 세탁이 밝혀진 상품들은 더이상 팔 수가 없다. 땡처리도 쉽지 않아 하루 아침에 쓰레기가 되버린 꼴"이라고 말했다.
A레깅스 업체 대표는 "'렛츠다이어트' 브랜드 인지도 탓에 CK무역 상품을 사들인 업체 수가 수십 개에 달한다. 덩치가 작은 업체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수십억에 육박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거리]
국내 레깅스 전문업체 B섬유 대표는 "CK무역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여온 레깅스 탓에 손 놓고 있던 업체들이 부지기수다. CK무역이 또 다른 브랜드를 내세워 다시 시장의 물을 흐리기 전에 정부가 적극 나서 이번 사태를 끝까지 처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