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스코틀랜드 출신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은 기존의 클래식 발레와 차별화된 드라마 발레의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그 중 ‘로미오와 줄리엣’은 공연권 따기가 하늘에 별 따기일 정도로 까다롭다.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는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을 비롯해 이번 작품의 주역인 알레산드라 페리와 에르만 코르네호가 참석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장 큰 특징은 드라마 발레란 점이다. 클래식 발레가 정해진 틀과 양식이 있다면, 드라마 발레는 이러한 형식과 틀을 배제한다. 줄거리와 상관없이 볼거리를 주기 위한 춤과 다양한 재미가 있는 클래식 발레와 달리, 드라마 발레는 연극처럼 극의 흐름을 중요시한다.
문훈숙 단장은 “클래식 발레에서 연기는 고정된 판토마임(대사 없이 몸짓 표현만으로 사상·감정을 표현하는 모든 연극적 형식)과같은 동작들이 있지만, 드라마 발레는 연극과같이 자연스러운 연기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맥밀란의 뮤즈(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예술의 여신)이자 이번 공연에서 줄리엣 역을 맡은 알레산드라 페리 역시 연기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기존 발레 무용수들이 집중했던 움직임이나 무용 동작이 아닌 캐릭터의 내면 세계와 감정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러한 부분은 클래식 무용수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클래식 무용수들은 동작 위주의 연습과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무대에서는 춤을 무용수처럼 추지 않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고 밝혔다.
무용 동작이 아닌 연기가 돋보이는 공연인 만큼 이번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낭만적인 사랑보다는 현실적인 감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연출가인 맥밀란도 무용수들에게 현실적이고 실제 사람과 같은 모습을 주문했다고 한다.
페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낭만적인 작품이 아니다. 많은 무용수들이 낭만적으로 표현하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사랑과 증오, 폭력을 표현하고 있는 현실적인 작품이다. 두 주인공은 어여쁜 사랑이 아닌 육체적인 사랑을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페리는 맥밀란의 사전에 ‘예쁘다’는 단어는 없고 ‘아름답다’는 단어만 있을 것같다고 말했다. 맥밀란은 그만큼 무용수들이 예쁘게 보이려고 하기보다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길 바랐던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22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