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왕의 생전 양위와 관련, 방법론 등을 마련하는 전문가 회의가 총리 관저에서 17일 처음으로 개최될 예정이라고 NHK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전문가 회의에는 헌법과 역사, 왕실 제도 등 각 분야 전문가 15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첫 회의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참석한다.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회의를 진행한 뒤 이르면 내년 봄까지 개정안의 주요 골자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생전 양위 관련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왕실전범을 개정해 '생전 퇴위'를 제도화하거나 일왕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생전 양위가 정치적 압박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일왕의 퇴위 의사를 확인하고 인정하는 '절차'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일왕들은 사후 양위가 결정됐던 만큼 생전 양위 시 호칭, 퇴위한 왕이 참여할 수 있는 공무 범위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 △ 퇴위한 일왕의 거주 장소 △ 생활비 지원을 위한 예산 마련 △ 궁내청 내 조직 개편 등 세부적인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근현대사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대학의 후루카와 타카히사 교수는 "생전 양위는 전후 직후 일왕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 등 정치적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침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범위에서, 예를 들어 공무 분야를 다른 왕족이 대행하는 형태 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8월 고령을 이유로 들어 일왕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일본 왕실의 제도와 구성 등을 정해 놓은 왕실전범에 따르면 일왕은 생전에 양위를 할 수 없게 돼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만약 왕위 계승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지면 약 200년 만에 생전 퇴위가 이뤄진다. 지금까지 일왕이 살아 있는 동안 왕위를 넘긴 것은 에도시대 후반기인 1817년 고가쿠(光格) 일왕(1780∼1817년 재위)이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