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승철 상근 부회장은 시종일관 같은 대답을 했다.
이날 기재위 국감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은 올해는 물론 내후년까지 기부금 모금 계획을 세웠다, 합하면 1000억원 대"라며 "이것을 앞으로도 세비 명목으로 걷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건데 결국 (재단이) 대기업들을 회원제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완전히 부패클럽"이라며 "대기업들이 준조세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대한민국이 발전하겠나, 준조세에 가까운 돈을 낼 정도로 전경련 부회장이 권력화 돼 있나"라고 질타했다.
이 부회장은 "일련의 일들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물의가 일어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재단 설립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도 "전경련 주도로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더민주의 송영길, 김태년 의원들이 해당 발언의 진위 여부를 묻자 이 부회장은 "중간에 검찰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은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박영선 의원은 "뒤에 어마어마한 권력기관이 버티고 있거나, 아니면 본인이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면 저런식의 답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질문하는데 답변을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게 바로 권력이다. 부패한 권력의 상징"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은 '국감 취지와 맞지 않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면서 재단 기부금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금이 사실상 '준조세' 성격이라는 야당의 프레임과, 조세정책을 감사해야 하는 국감 취지에 맞지 않다는 여당의 시각이 충돌했다.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은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 관련된 감사고, 이승철 증인을 부른 이유는 고용난 해소, 임금, 법인세 정상화 등이라고 (신문요지서에) 돼 있다"면서 "국감이 폭로전이나 하는 장소가 되어선 안 되고 취지에 맞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종민 더민주 의원은 "대기업을 비롯한 전경련은 법인세 정상화에 한결같이 반대하는데 이 사람들이 정부의 권력에 돈을 대고 법인세 정상화를 가로막는다"면서 "그 혜택을 받아서 전경련 회원사들이 절감한 세금 추정치가 2조원인데, 이 의혹을 밝히는 게 우리 조세정책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일부 쓴소리가 나왔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단 설립의 결정권은 주무부처에 있지만 재단이 10% 이상 면세 혜택(지정기부금 단체 선정)의 자격을 갖느냐는 기재부에 있다"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과락을 주든지 해서 전경련을 탈퇴하게 하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의원 또한 유 부총리에게 "왜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을 출석시켜서 저렇게 오만한 답변을 듣고 있어야 하나"라며 "회원사로 가입된 회사(공공기관)들 다 전경련에서 나오라고 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신 법인세 인상에 대해 '세계 추세와 역행한다'는 논지를 내세웠고, 유 부총리는 "지금은 법인세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란 답변으로 화답했다.
한편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서는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새마을분과위원회 민간기관 출신 위원으로 미르재단 이사였던 조희숙 한국무형센터 대표이사가 선임됐던 사실을 거론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순방을 앞둔 시점 새마을분과위가 구성됐고, 해당 분과위에 미르재단 이사가 참여했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미르가 새마을운동 ODA(공적개발원조) 사업까지 관여했고 재단 이사가 가교역할을 하거나 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