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 그리고 필 '변칙카드'…김기태 감독이 옳았다

2016-10-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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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헥터 노에시, 승리의 하이파이브.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김기태 KIA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첫째는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의 선발 등판, 둘째는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의 2번 타자 기용이었다.

김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LG에 강한 좌완 에이스 양현종을 대신해 헥터를 선발 예고하며 “양현종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1차전을 이겨야 하는 벼랑 끝 승부에서 예상을 뒤엎은 선발투수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또 하나의 변칙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발 라인업을 공개하며 2번 타순에 필을 배치했다. 필이 올 시즌 2번 타순에 나선 것은 단 1번밖에 없었다. 김 감독의 논리는 단순했다. “6번보다 2번 타자가 더 빨리 돌아오지 않나”라며 웃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KIA 타선은 LG 선발투수 데이비드 허프를 상대로 팀 타율 0.180에 그치며 약했다. 하지만 필은 강했다. 허프 상대로 6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6번보다는 2번 타자가 더 빨리 돌아오지 않나. 앞에 있어야 한 번이라도 더 나오고 승부를 걸 수 있다”며 “5번 정도 돌아오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김기태 감독의 노림수는 모두 통했다.

헥터는 7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LG 타선을 잠재우며 승리투수가 됐다. 남은 2이닝은 고효준-윤석민-임창용이 책임졌다. 특히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1이닝 동안 공 5개로 퍼펙트 세이브를 올렸다. 임창용은 이날 세이브로 자신의 최고령 세이브 기록(40세 4개월 6일)도 경신했다.

필도 김 감독의 믿음에 확실하게 응답했다. 필의 타순은 5번 돌아오지 않았으나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0-0으로 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허프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고, 6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허프를 상대로 우익수 오른쪽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나지완의 희생플라이 때 3-0으로 달아나는 쐐기 득점을 올렸다.

KIA는 이날 LG의 추격을 따돌리고 4-2로 이겼다. 이날 무승부만 기록해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될 수 있었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KIA는 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양현종을 내세운다.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LG가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졌다. LG는 류제국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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