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의 선발 등판, 둘째는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의 2번 타자 기용이었다.
김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LG에 강한 좌완 에이스 양현종을 대신해 헥터를 선발 예고하며 “양현종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1차전을 이겨야 하는 벼랑 끝 승부에서 예상을 뒤엎은 선발투수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또 하나의 변칙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발 라인업을 공개하며 2번 타순에 필을 배치했다. 필이 올 시즌 2번 타순에 나선 것은 단 1번밖에 없었다. 김 감독의 논리는 단순했다. “6번보다 2번 타자가 더 빨리 돌아오지 않나”라며 웃었다.
김기태 감독의 노림수는 모두 통했다.
헥터는 7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LG 타선을 잠재우며 승리투수가 됐다. 남은 2이닝은 고효준-윤석민-임창용이 책임졌다. 특히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1이닝 동안 공 5개로 퍼펙트 세이브를 올렸다. 임창용은 이날 세이브로 자신의 최고령 세이브 기록(40세 4개월 6일)도 경신했다.
필도 김 감독의 믿음에 확실하게 응답했다. 필의 타순은 5번 돌아오지 않았으나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0-0으로 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허프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고, 6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허프를 상대로 우익수 오른쪽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나지완의 희생플라이 때 3-0으로 달아나는 쐐기 득점을 올렸다.
KIA는 이날 LG의 추격을 따돌리고 4-2로 이겼다. 이날 무승부만 기록해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될 수 있었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KIA는 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양현종을 내세운다.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LG가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졌다. LG는 류제국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