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상파 초고화질(UHD) TV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 최초라는 UHD 방송 시작이 다섯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앞서 유럽식 UHD TV를 택한 구매자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유 미래부 제2차관은 "가전사와 협의해 최대한 싼 값에 책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말만을 되풀이해, 실효성에 대한 의지를 엿보기 힘들었다.
2012년 실험방송 당시 유럽식을 택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사는 유럽식 UHD TV를 만들어 판매해왔으나, 미래부는 지난 7월 느닷없이 미국식으로의 변경을 택했다.
미래부의 말 바꾸기에 그간 유럽식을 구매한 100만명의 소비자는 별도의 셋탑박스를 다시 사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별도 셋탑박스 가격은 최소 6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새누리당 김정주 의원은 국감장에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컬러 TV를 샀더니 흑백이 나오는 격"이라며 미래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꼬았다.
더구나 UHD 방식 변경으로 가전사와 방송사가 콘텐츠 보호에 따른 입장차 속에 나 몰라라 한걸음 빠져있는 미래부의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지상파는 콘텐츠 보호를 위한 암호화 기술 탑재를 주장하고 있으나, 가전사는 시간이 촉박해 불가능하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미래부는 둘 사이에서 자율 협의라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감장에서도 소비자 피해 대책을 묻는 질문에 "UHD TV는 수출을 위해 유럽식과 미국식 모두 만들고 있다"는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빈축을 사기도 한 미래부다.
UHD 방송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엔 국감장에서의 우려 섞긴 질타였지만,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내년 2월에는 거센 소비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미래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당장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