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중국 대륙 전체가 스마트폰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중국인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택시를 부르고, 음식 배달을 시키고, 명함을 주고받고, 춘제(설날)에 홍바오(紅包·붉은 주머니)에 용돈을 담아 건네며 덕담을 주고받는 전통 풍습까지 모바일 결제로 대신한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중국 인터넷·모바일 산업은 ‘세계의 공장’ 중국의 산업지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에 중국이 제조업 중심의 굴뚝산업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 시대를 끌었다면 6%대 중속 성장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로 접어들면서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열풍이 불고 있다.
◆ 中 스타트업 대국...“하루 평균 2개씩 탄생”
중국은 스타트업 대국이다. 지난 7월 기준 중국 인터넷 창업기업은 총 3만6435개로 올해 2분기 동안 신규로 설립된 기업만 107개다. 하루에 평균 2개 새로운 스타트업이 생겨난 것이다. 창업자들이 많은 만큼 투자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투자는 총 757건으로 투자금액만 1538억 위안(약 25조3000억원)에 달한다.
장 교수는 “중국은 인터넷을 이용한 창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며 “기술과 데이터 관련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제조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O2O(Online to Offline)와 결합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인터넷 창업의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O2O 시장 규모는 2012년 17조원에서 지난해 74조원까지 30%가량 증가했다. 중국내 스타트업이 이처럼 활기를 띈 비결은 무엇일까.
장 교수는 “스타트업 기업 성공은 이유가 많지만, 그 중에서 중국의 많은 인구, 경제상황 등 천혜의 조건이 뒷받침 됐다”며 “중국인 1인당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구매력이 증가하는 것, 여가시간을 이용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중국 스타트업이 선보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좋기만 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에서 인터넷 보급률도 스타트업의 성공에 일조했다. 장 교수는 “현재 중국 인터넷 보급률은 60%에 달하고, 일례로 모바일 메신저 위챗 사용자는 8억명을 돌파했다”며 “실제적 구매력을 갖춘 1970년대 이후 출생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다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중앙정부의 창업 활성화 분위기 조성도 한몫했다. 장 교수는 “중국정부가 창업문화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조성해 사람들이 창업을 하고 싶게 만들고 있다”며 “지방정부의 성과는 창업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내느냐도 평가 요소라서 각 지방정부별로 창업혁신정책을 진행해 자금, 인력, 세금 등 필요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中 '왕훙 경제' 큰 손 부상
미국에서 O2O 개념을 만들었지만, O2O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장 교수는 “성공한 O2O 기반 스타트업은 모방과 거리가 멀고 혁신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며 “최근 미국의 스타트업이 중국의 스타트업을 모방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사람에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왕훙(网红)’이 뜨고 있다. 주로 웨이보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팬과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로 우리나라로 치자면 유명 블로거나 유투버 등이 해당된다.
장 교수는 “중국경제의 핵심 키워드로 들 수 있는 ‘왕훙’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 브라운관의 스타개념과 다른 왕훙은 단순히 인기를 얻는게 아니라 여러 요소를 통해 팬덤을 형성하고 왕훙을 위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생중계 플랫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왕훙 경제'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전자상거래 부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왕훙 경제의 중심인 생중계 플랫폼 산업규모는 700억 위안(약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중국 영화시장 규모가 500억 위안(약 8조2200억원)임을 비춰봤을 때 생중계 플랫폼은 상당히 큰 규모다.
◆ 韓 스타트업 中 진출, 합자통한 현지화 전략
중국은 늘 기회의 땅이였지만, 해외 인터넷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 구글, 야후, 이베이, 우버 등 세계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유독 중국 시장에서 두 손 두 발 들게 된 것도 중국 시장만의 특수성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IT기업 규제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토종 기업들이 혁신성을 무기로 중국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은 현지 업체와 합자를 통한 현지화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해외 인터넷 기업들에게 중국은 굉장히 곤혹스러운 시장으로 소비자 수요에 대한 철저한 이해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 가운데 기술과 콘텐츠 부분에서 역량을 쌓은 스타트업들이 중국기업들과 합자회사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설립하는데 정책결정과정이 지나치게 긴 경향이 있다”며 “신속한 의사결정도 중요한 성공요소”라고 덧붙였다.
한류 콘텐츠 활용도 중국시장 진출의 성공 방정식 중 하나지만, 현재 한·중간 정치적 상황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장 교수는 “중국과 한국이 ‘밀월기’를 누려왔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를 결정한 이후 한류문화가 중국에서 발전하는데 장애물 만났다”며 “양국 정부가 제약을 없애고 한중간 경제교류 활성화 시킨다고 해도 중국 국민들의 불만의 정서를 완화하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대하는 자세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들이 개방적인 마음으로 스타트업 대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회사의 지분 획득보다 핵심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관건이다. 우수한 스타트업을 인수합병 방식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면 스타트업 고객이 대기업의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장웨이닝 중국 장강경영대학원 교수는?
장웨이닝 교수는 장강경영대학원의 회계학 조교수다. 2010년 텍사스 대학교 달라스 캠퍼스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이수했다. 2012년 장강경영대학원에 합류하기 전에는 싱가폴 국립대학교 경영대학원의 교수진으로 활동했다.
장 교수는 중국 국무원 개발연구센터의 연구 프로젝트와 미국 에너지 기금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인터넷 플랫폼 산업과 기업 지배구조, 재무분석, 기업공시 분야의 전문가다.
장 교수는 2016 GGGF에서 ‘중국 인터넷 창업 현황과 추세’ 특별강연을 통해 스타트업의 중국경제 기여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